우리 곁에 스며든 기독교 문화
입력 2014-01-25 01:32
우리의 말, 우리가 속한 시간, 다른 이를 대하는 태도 속에 기독교 문화가 스며들고 있다면? 예수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행 1:8)고 한 말씀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즐겨 보는 TV 화면에서 크리스천의 언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안식월이나 안식년을 도입하는 조직이나 회사도 있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예수가 성경에서 강조한 삶의 태도다.
◇기독교 언어, 복음 존재의 집=KBS2 해피선데이의 육아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12회. 개그맨 이휘재가 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본가를 방문했다. ‘초보 아빠’ 이휘재가 보채던 아기들에게 사과를 쥐어준다. 쌍둥이가 울음을 멈추자 그가 환호하며 내뱉은 말. “할렐루야∼.”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뜻의 히브리어다.
교회에서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거나 말씀에 호응할 때 쓰이는 감탄사로 일반 방송에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여주인공 전지현은 감탄사로 ‘지저스(Jesus·예수)’란 말을 자주 쓴다. MBC 무한도전 ‘만약에’ 3회. 박명수가 국민MC로 인정된다는 가상 상황에서 그를 향해 ‘예능계에 한줄기 빛으로 오시어’ ‘박느님’(박명수+하나님의 줄임말) ‘모두 칭찬 세례’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요즘 TV에서 자막이나 대사로 자주 나온다. 복음의 변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지난해 10월 JTBC 드라마 ‘대단한 시집’에서 탤런트 예지원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꽃게∼ 꽃게는 좋지만은 꽃게 발은 너무 무서워∼”라며 CCM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1997)을 개사해 천연덕스럽게 부른다. ‘당신은∼’은 일반인도 즐겨 부르는 축복송이자 결혼식 축가다.
브렌던 그레이엄이 작사한 ‘You Raise Me Up(유 레이즈 미 업)’은 전 세계적인 복음성가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 하나님이 날 일으켜 세우신다’는 내용이다. 국내 소프라노나 테너 독창회 레퍼토리에 단골 복음성가다. 이용규 목사의 저서 ‘내려놓음’(2006)이 널리 읽힌 뒤 욕심을 버린다는 의미로 내려놓는다는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김광수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는 23일 “미디어에 복음적인 언어 표현이나 노래가 자주 나오는 것은 그만큼 기독교가 일상에 스미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시간, 안식 구원 섬김=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안식월 제도 추진으로 화제가 됐다. 이미 대학, 시민단체, 일부 회사는 안식월이나 안식년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신 뒤 제7일에 쉬었다는 데 유래한다. 안식월은 안식년의 변형이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안식년, 참여연대는 안식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안식년은 6년 농사를 지은 뒤 1년 땅을 쉬게 하는 유대 율법(출 23:10∼11)에서 기원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서기 2014년. 예수가 태어난 해로부터 세고 있다. 비신자까지 축제로 보내는 매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예수가 태어난 날이다. 김준영 문화선교연구원 기획실장은 “성탄절의 상업화에 대해 일부 우려가 있지만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날을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것은 선교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했다.
성경과 예수는 경영 이론이나 자기계발 리더십 연구의 주요 소재다. ‘티핑 포인트’ ‘블링크’ 등의 저서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이 최근 나왔다. 그는 약자를 외견상 강자와 다른 강점을 지닌 존재로 본다. 서번트 리더십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섬김’을 리더의 자질로 강조한다. 섬김은 예수가 이 땅에 온 이유(막 10:45)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에서 나온 서번트 리더십 책만 11권이다.
‘섬김’은 교회 공동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생활 태도다. 힘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위로하거나 처음 만난 이에게 ‘식탁에서 교제하자’고 제안한다. 봉사하는 이들에게 문자로 격려한다. 서울 한 교회 구역장인 A집사의 경험. 회사에서 보고서를 내면서 포스트잇에 ‘부장님, 힘내세요’라고 메모했다. 좀 지쳐 보였던 상사였다. 부장은 “회사 안에서 응원 메시지를 처음 받아본다”며 기뻐했다. 그는 “교회 형제·자매들에게 하듯 다른 사람을 대하면 내가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