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봄날’은 갔다… 2년 만에 공공기관 재지정
입력 2014-01-25 01:32
산업은행의 ‘봄날’은 갔다. 2년 전 민영화 추진 명분으로 공공기관에서 벗어났지만 이번에 다시 공공기관에 지정됐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정부로부터 임금과 예산 통제를 받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14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확정했다. 산은과 기업은행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한국거래소는 추후 방만 경영상황이 해소되면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산은 등 신규 지정으로 공공기관 수는 295개에서 304개로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민영화가 공식적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산은과 기은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했다”며 “시장에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규제와 정부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타공공기관에 넣었다”고 말했다.
기타공공기관은 규정상 임원 선임, 보수기준, 경영실적평가 등의 대상이 아니지만 최근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기타공공기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부터 임금인상, 예산편성 등에서 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당장 업무추진비, 복지후생비 등을 알리오 시스템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주요 경영사안 결정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은은 2012년 1월 이명박정부의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민영화는 명분이었고 당시 정권 실세였던 강만수 산업은행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이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산은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임원들의 임금을 대폭 올렸다. 이 기간 은행장 연봉은 4억5900만원에서 5억600만원으로 10.2% 인상됐다. 부행장, 이사, 감사 연봉도 10% 안팎의 인상률을 보였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민영화 계획을 접고 산은을 정책금융공사와 합병하면서 공공기관 재지정은 예견됐다. 산은 측은 그간의 연봉 인상에 대해 공공기관 해제 덕을 본 것이 아니라 경영평가 우수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지분이 0%인 거래소는 이번에도 공공기관 해제가 무산됐다. 거래소는 2009년 독점 수익이 전체 수익의 50%를 넘는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고 내부 출신 이사장을 세운 데 대한 정부의 보복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복수거래소가 허용되면서 공공기관 지정 이유인 거래소의 독점 지위는 해소됐다. 정부는 이번에는 방만 경영이 해소되면 지정 해제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어디에도 방만 경영을 이유로 공공기관에 지정한다는 규정은 없어 정부가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