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창 前에 부산서?… ‘을숙도 철새’ 확진 땐 최소 3일 앞서

입력 2014-01-25 01:32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의 철새 분변에서 바이러스성 질병 양성반응이 나와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로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나올 경우 전북 고창보다 최소 3일 앞서 감염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민간기구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경남 동부사무소가 지난 13일 을숙도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 5점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HA(혈구응집반응)검사를 실시한 결과 1점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24일 밝혔다. HA검사는 가금류의 바이러스성 질병 감염 유무를 검사하는 것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AI 등 바이러스성 질병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는 이에 따라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에 AI 감염 여부 및 고병원성 검사 등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확한 검사 결과는 2∼3일 후에 나올 예정이다.

을숙도 철새도래지에서는 지난 23일 검둥오리류인 물닭 1마리와 붉은부리갈매기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전북 고창의 AI 발병 이후 200㎞ 떨어진 부산 을숙도에서 조류 폐사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에 AI 감염 여부 등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만약 부산 지역에서 AI가 확인될 경우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커진다. 감염 철새 종류도 가창오리와 큰기러기에 이어 물닭과 붉은부리갈매기 등으로 늘어나는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할 전망이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죽은 조류가 발견돼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북 구미 낙동강 체육공원에서도 이날 청둥오리 1마리와 고니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 앞서 울산에서도 21일 울산공항 인근 논에서 떼까마귀 14마리가 폐사된 채 발견됐다.

특히 충남 지역 가창오리도 AI에 감염됐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충남 당진 삽교호에서 폐사한 가창오리 19마리를 부검한 결과 AI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삽교호는 이번 AI 사태의 진원지인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140㎞ 떨어져 있다. 삽교호 인근은 충남 지역 최대 가금류 농장이 밀집한 곳이다.

앞서 충남 서천 금강 하구에서 폐사한 가창오리도 부검 결과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철새의 최대 먹이활동 반경까지를 방역대로 설정해 예찰 및 소독을 강화키로 했다. 철새 이동현황이 파악되면 인근 농가에 전파해 소독 조치를 취하는 ‘철새 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경보상황이 발생하면 SMS 문자로 통보할 계획이다. 또 전국 1만7477개 저수지에 대해서는 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당분간 사람 출입을 통제키로 했다.

한편 전북도는 AI 발생지로부터 반경 3㎞ 안에 있는 오리와 닭 47만2200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과 매몰 작업을 마무리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이성규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