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2차 피해 없다면서… 긴급 차관회의 왜
입력 2014-01-25 01:32
“최초 개인정보 유출자와 최초 유포자가 모두 검거돼 추가 유통은 없었다. 2차 피해는 없다.” 3개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고 이후 금융당국이 일관되게 해온 말이다. 그러던 정부가 24일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개인 정보 불법 유통·활용 차단조치’를 내놓았다. 22일 정부의 재발방지대책 발표 이후에도 2차 정보 유통에 대한 의심과 부정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은 전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자 뒤늦게 ‘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치 하에 음성적으로 퍼져 있는 불법 정보 유통시장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사건 피해는 아니다” 꼬리만 자르려다 혼란 자초=카드 3사의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최근 도박 권유 등의 스팸문자가 늘어난 것이 이번 사건 때문이라는 식의 얘기가 끊임없이 확산됐다.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가 시장에 유통되지 않았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뇌리에는 유출 정보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서 돌아다닐 것이라는 의구심이 확고히 박혀 있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미 이 사건 이전부터 자신의 수많은 개인 정보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음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조차 “이미 시장에 풀린 정보가 방대하기 때문에 이번 대규모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2차 피해 의심 신고가 들어오거나, 정보의 2차 유통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는 점만 확인시키기에 급급했다.
이렇다보니 국민 불안은 전혀 해소되지 못했다. 정부가 불법 유통 개인정보 시장 근절에 처음으로 범정부 차원의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근절 대책 추진 배경으로 “불법 유통되는 개인정보로 인한 모든 피해가 이번 정보유출 사고와 연관돼 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이번 사건에 따른 피해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이번 일을 기회로 불법 정보 유통시장을 단속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고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불법 정보 이용 가능한 금융 거래 차단, 현실성은?=정부는 이날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금감원 등이 나서 불법 정보 유통과 활용에 대한 집중 단속을 무기한 실시하기로 했다. 불법 정보 유통 가능성이 높은 미등록 대부업체 등이 중점 단속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모든 금융업종에 대해 불법 개인 정보 활용이 의심되는 거래를 당국에 즉각 통보토록 했다. 특히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한 대출권유와 모집행위는 아예 3월 말까지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불법 정보 유통의 원인인 개인정보 수요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출 모집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금융사들에 대출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금융사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지부터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아예 못하게는 할 수 없다”면서 “다만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는 2차 확인을 통해 불법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파악해 달라고 적극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