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트 괌 훈련 현장] 알짜 선수들 보냈지만 ‘봉길 매직’은 계속 유효

입력 2014-01-25 02:32


인천 유나이티드의 임시 주장 박태민(28)은 지난 23일 괌 전지훈련 전 코칭스태프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선수들이 지쳤어요.” 김봉길(48) 인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오후엔 족구대회를 열자.” 그리고는 상금 100달러를 걸었다. 열흘 동안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해 온 선수들은 즐겁게 족구를 하며 피로를 풀었다. 김 감독이 선수들을 다루는 스타일이다.

코치 생활을 8년이나 한 김 감독은 선수들을 윽박지르는 법이 없다. 이래라저래라 하지도 않는다. 선수들은 믿고 따른다. 어찌된 영문일까.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그저 선수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할 뿐이죠.”

김 감독은 ‘풍운아’ 이천수(33)가 지난해 폭행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를 때, 비난을 감수하고 그를 품었다. 이천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제자가 더 큰 상처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김 감독의 넓은 아량에 이천수는 더욱 심기일전했다. “선수를 데려와 부리는 게 감독의 역할이 아닙니다. 선수를 더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죠."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인천을 K리그 클래식 그룹A(상위 스플릿)에 올려놨다. 시도민구단으로 그룹A에 포함된 팀은 인천이 유일하다. 김 감독의 2014 시즌 목표는 강등을 피하는 것이다. 김남일, 한교원, 디오고, 찌아고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시민구단이어서 재정이 열악해 매년 좋은 선수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김 감독은 심사숙고 끝에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키 1m93, 몸무게 86㎏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니콜리치(24·몬테네그로), 2012년 인천에서 활약하며 27경기에 출전해 4골 6도움을 기록한 이보(28), 2011년 K리그에 데뷔한 주앙 파울로(26·이상 브라질)가 그들이다. 김 감독은 니콜리치를 원톱, 이보를 처진 스트라이커, 주앙 파울로를 왼쪽 윙어로 기용할 예정이다. 몬테네그로 대표인 니콜리치는 헤딩슛 능력이 뛰어나고, 이보와 주앙 파울로는 K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이번에 자유선발로 뽑은 수비수 김대중(22)과 미드필더 김도혁(22) 등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최신 영화와 드라마에 흠뻑 빠졌다.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려고 본 겁니다. 고리타분한 감독이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봉길 매직’은 포근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괌=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