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노출증 ‘어뷰징’] 야후재팬·MSN재팬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가 없다
입력 2014-01-25 01:35
외국에서는 ‘기사 어뷰징’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 선진국에서도 신문·방송 등 언론사들이 경쟁사의 특종이나 독자들이 주목하는 흥미로운 기사를 살짝 베껴 쓰는 관행이 문제로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같은 기사를 수십 차례 반복 전송하는 어뷰징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폐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포털사이트는 기사 유통의 주된 플랫폼이다.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포털사이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뷰징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포털사이트 운영 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에는 네이버 등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비슷한 서비스 창이 메인화면에 배치돼 있다.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를 뜻하는 ‘트렌딩 나우(trending now)’라는 서비스를 첫 화면 우측 상단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야후는 해당 검색어를 클릭하면 기사들이 모두 나오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네이버는 검색어를 클릭하면 정확도 또는 최신순(시간 순서)에 따라 모든 기사들이 일제히 드러나지만 야후는 해당 검색어와 관련된 주요 기사 2∼3개만 노출된다. 그리고 밑에 ‘more headline’이라는 카테고리를 한 번 더 클릭해야 네이버처럼 기사 전체가 노출되는 화면이 뜬다. 어뷰징을 통해 기사를 전체 리스트의 맨 위에 올린다고 해서 가장 먼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야후의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키워드를 클릭한 뒤 첫 화면에 배치되는 주요 기사를 포털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야후 등 외국의 포털사이트는 이 같은 ‘공정성’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 콘텐츠를 포털에 제공하는 언론사들이 어뷰징에 현혹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야후재팬과 MSN재팬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아예 서비스하지 않는다. 두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은 선별된 각 매체의 주요 기사, 광고, 구인·쇼핑 등의 정보 서비스로 채워져 있다.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외국의 경우를 참고하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포털은 언론 콘텐츠를 광고 등 다른 정보와 차별적으로 유통시켜야 한다”며 “네티즌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통해 기사를 보더라도 단순히 시간 순서에 따라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에게 가치가 높은 기사를 먼저 보여준 후 한 번 더 클릭해야 전체 기사가 나열되는 ‘이중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성태 고려대 교수는 “네티즌들에게 미치는 포털의 영향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을 뿐 아니라 네이버의 정보 독점력은 비교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모든 기사가 포털에 많이 노출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뷰징 문제가 불거진 만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