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새 바람 카페 문화] 지역구 사무실 허물고 카페로… 커피 한잔 어때요?
입력 2014-01-25 01:31
정가에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돈 먹는 하마’라 불렸던 지구당의 권위적인 관행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사람 냄새 나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정치색 빼고 시민 속으로=민주당 서울 서대문구을 지역위원회는 지난해 6월 30일 시민카페 ‘길’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서대문구 증가로의 한 소박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이곳은 보통 카페와 다를 바 없는 공간이다. 다만 누구나 이용 가능한 2개의 세미나실과 인터넷 방송을 위한 룸이 있다는 게 차이가 있다. 지역위원장 사무실은 달랑 한 평짜리 면적인 데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자리해 있다.
165㎡ 규모의 이 카페는 김영호 지역위원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김 위원장은 24일 “처음 카페를 차리자고 했을 때 상업적으로 비쳐질 수 있고, 진지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2012년 총선 때 약 600표 차이로 낙선한 뒤 ‘우리가 시민들과의 접촉량이 적었구나’라는 반성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위원회가 소수 당원의 사랑방 역할만 해왔다는 판단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카페 문을 연 지 불과 7개월째에 접어들지만 주변 평가는 썩 괜찮다고 한다. 선거철에만 재래시장을 찾고 상가를 돌며 인사하는 대신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나르는 김 위원장에 대해 신기하면서도 신선하다는 게 지역민들의 반응이다. 카페에는 하루 평균 30∼40명의 손님이 찾아오고 휴무인 일요일에만 정치 관련 행사를 연다. 김 위원장은 “서대문구에 국한되지 않는 주민 참여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당색이나 정치색을 확 뺐다.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여기서 모임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운영 문제는 여전히 고민스럽다. 당초 협동조합 형태를 적용하려 했지만 이런 식으로 돈을 빌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김 위원장이 사비 2000여만원을 들여 꾸렸다. 매월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주변 상권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아메리카노의 경우 2000원을 받는 등 적정가격으로 커피를 팔고 있다.
이 밖에 민주당 이언주(경기 광명을) 의원이 지난해 7월 지역사무소를 없애고 시민카페 ‘공감’을 열었다. 원외로 경기도 시흥갑 지역위원장인 백원우 전 의원도 2월 2000여 권의 서적을 보유한 카페 ‘소금창고’를 오픈했다.
◇“정치도 소통과 논의의 테이블 필요”=정치권에 하나둘씩 생겨나는 카페문화의 시작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로구 율곡로 종로경찰서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캠프 사무실이 카페 형식이었다. 칸막이 때문에 삭막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탈피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소를 만든 것이다.
이런 제안은 하승창 싱크카페 대표가 했다. 하 대표는 당시 총괄 기획단장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룰 협상을 담당했고, 지난 대선 때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대외협력실장을 맡았다. 하 대표는 “일방적인 전달 방식이 아닌 소통의 매개가 필요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하 대표는 안 의원 대선 캠프도 똑같이 꾸몄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서울 노원병과 새정치추진위원회 소통위원장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의 경기도 의왕·과천 지역사무실이 북카페로 이용되는 것에도 영향을 끼쳤다.
하 대표는 2012년 9월부터 홍대 인근에서 참여형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지방자치학교나 마을운동 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청소용역노동자 문제 등에 대한 토론은 물론 독일 해적당 측을 초청하는 국제 콘퍼런스도 개최해 왔다. 하 대표는 “카페문화가 정치권에 확산되는 건 매우 고무적”이라며 “기존 민원 처리를 뛰어넘어 유권자와의 소통 공간으로 워크숍이나 정치문제 등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면 결국 민주정치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