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이나…위장 평화공세는 경계
입력 2014-01-24 21:52 수정 2014-01-25 02:30
[쿠키 정치] 북한이 24일 우리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전격 제의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의 진정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에 북한이 호응한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남도발 직전 위장 평화공세를 펼치는 패턴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남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 오나=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하며 일단 환영하는 모습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성공단 재가동 등으로 해빙국면을 맞았던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던 계기는 지난해 9월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일방 연기였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이 더디자 상봉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거둬들였다.
이후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이산가족 상봉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한 직후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북한은 사흘 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전통문을 통해 이를 거부했다. 이어 최근에는 상호 비방 중상 및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중대제안을 하는 등 말로만 지속적인 평화공세를 해 왔다. 우리 정부는 위장 평화공세로 규정하며 ‘말보다는 행동’을 요구해 왔다.
북한은 이날 오전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중대제안이 위장평화 공세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오후에 우리 정부가 거듭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개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은 결국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
우리 정부는 인도적 사안을 먼저 해결해 신뢰를 쌓은 후 정치적·군사적 사안을 해결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정부 내부에선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좀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일단은 환영하지만…=정부 내부에선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가 남북관계 개선의 외형적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를 통해 남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 당국에 보낸 중대제안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된 힘으로 북남관계개선의 활로를 열어나가자’가 2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식문건 S/2014/37호로 배포됐다”고 소개했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곧바로 25일(한국시간) 새벽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자신들은 노력하고 있지만 남한 정부가 호응하지 않아 위기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또 장성택 처형 이후 외자유치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자력갱생을 위한 외부의 안정적 환경 조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일단 위장 평화공세 측면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계속해서 대남 침투부대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남도발 직전 위장 평화공세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10년 10월 3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금강산에서 열었지만 불과 한 달여 후인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