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관광서비스는 팔고 마음은 사고

입력 2014-01-25 01:36

여행은 왜 할까. 호기심 때문에, 일상을 떠나 심신의 회복을 맛보려고,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유목생활을 했었던 태곳적 유전자가 발동돼서…. 핵심은 일탈이지 싶다. 의도적이고 화려한 일탈.

일탈은 정해진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하기에 사회적인 규범을 뛰어넘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느슨해진 몸과 마음이 룰을 지키지 않는 무모함을 동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행지에서 흔히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기도 한다. 특히 해외여행에서는.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나서면 일탈의 기운이 넘쳐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커진다. 제 말을 못 알아들을 것이라는 지레짐작도 작용해 현지 사람들에 대한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동시에 단절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는 현지인들이 외국인들을 대할 때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1200만명을 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1200만명의 외래 관광객 유치는 25조5000억원어치의 생산을 유발하고 19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외래 관광객 유치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외래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나 낙관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최근 3년간 외래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율은 일본 64.3%, 미국 34.5%, 호주 29.8%, 중국은 29.7% 등이다. 미국과 호주는 거리상으로 볼 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본과 중국의 경우는 매우 대조적이다. 재방문율이 높은 일본인 관광객은 최근의 엔저와 한·일관계 악화로 급감하고 있는 반면 전체 외래 관광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에 별로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불만은 질 낮은 싸구려 관광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중국인을 낮춰보는 우리의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고 정작 인격적으로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물론 중국인 관광객의 무례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유의 큰 목소리에 장소를 불문하고 피워대는 담배연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탈을 만끽하도록 하되 적어도 현지의 룰을 따르도록 유도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마음을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용래 수석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