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얼음낚시의 기적
입력 2014-01-25 01:35
요즘 산천어축제, 빙어축제, 송어축제 등 얼음낚시를 주제로 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한창이다. 우리가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는 데는 ‘물’이라는 특별한 물질이 지닌 기적 같은 특성 덕분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주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액체는 식을수록 부피가 줄어들고 밀도는 높아진다. 물도 마찬가지지만, 특이하게도 4도까지만 그렇다. 4도 이상일 때는 따뜻한 물의 부피가 더 커서 위로 올라오지만, 4도 이하가 되면 찬물의 부피가 더 커지는 대신 밀도가 낮아져서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성질은 0도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므로 얼음은 물의 표면에서부터 얼게 된다.
고체로 변한 얼음은 다른 물질과는 달리 액체인 물보다 가볍다. 고체가 액체 때보다 밀도가 낮은 물질은 물 이외에는 거의 없다. 영하 114도에서 어는 고체 알코올을 액체 알코올에 넣으면 바닥으로 쑥 가라앉는다. 16.7도에서 어는 빙초산 얼음을 액체 빙초산에 넣어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물이 얼 때 부피가 커지는 이유는 물 분자들이 육각형 터널 모양으로 결합해, 그 가운데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이 액체일 때는 열전도가 잘 되지만, 얼음이 되면 열전도가 잘 되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강물의 보온재 역할을 한다. 물이 이런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강이나 호수는 바닥에서부터 얼어붙어서 결국 전체가 얼음으로 변해버리고, 겨울철에 물고기는 구경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의 끓는점이 100도이고, 어는점이 0도인 것도 미스터리다.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의 끓는점은 영하 253도이고 산소는 영하 183도다. 얼핏 보면 물과 비슷한 분자식을 지닌 황화수소(H2S)의 경우 끓는점이 -59.6도여서 상온에서는 기체로 존재한다. 이같이 화학적으로 비슷한 물질들의 성질들만 감안해 판단할 경우 물도 끓는점이 영하 95도 정도가 되어 우리 주변에서 액체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얼음이라는 물의 고체 형태만 알 뿐이지만, 물이 지닐 수 있는 고체 형태는 10여 가지나 된다. 탄소가 엄청난 압력을 받아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처럼 물도 극도로 높은 압력을 받으면 밀도가 아주 높은 ‘얼음 Ⅶ’이나 ‘얼음 Ⅹ’ 같은 신기한 물질이 된다. 일반적인 액체와 비교해 보면 물은 40여 가지나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과학자들조차 아직 그 정체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주위에 너무 흔하게 존재해서 사람들은 물의 이 같은 특성에 대해 무심한지도 모르겠다.
이성규 (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