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겨울이 깊어갈 때
입력 2014-01-25 01:32
겨울이 깊어가고 있는 어느 날이었다. 날씨는 극성스럽게 추웠고 간밤에 내린 눈으로 길은 미끄러웠다. 모임이 있어 약속된 장소로 갔다. 사람들이 잔뜩 웅크리고 그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 추워.”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네.” “길이 미끄러운데 눈이 좀 그만 왔으면 좋겠네.” 추운 날씨가 달갑지 않은 소리들이었다. 그런데 한 여자가 방실거리며 들어오더니 “봄이 가깝네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평소 잘 웃는 여자였다. 그녀는 깊은 겨울 속에서 봄을 보고 있었다.
문득 아침에 받은 카톡이 생각났다. 여든의 나이에 성경을 암송하시고 강의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장로님께서 보내주신 감사일기의 내용이었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보니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천지가 새하얀 세계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의 섭리를 찬양 감사합니다. 새벽예배 후 늘 하던 대로 여수천 갓길을 따라 걷는데 사뿐사뿐 내리는 눈이 가로등 불빛 아래 아름답고 발길을 옮길 때마다 쌓인 눈이 뽀드득뽀드득 예쁜 소리로 자신을 짓밟고 지나가는 나를 도리어 즐겨 맞아주게 하심 감사합니다.’
깊은 겨울 속에서 짜증나게 조심스럽고 미끄러운 길 위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문제나 환경 자체가 아니라 그 환경이나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는 생각이 감정과 행동을 좌우한다고 한다. 인생길에서도 깊은 겨울을 만날 때가 있다. 암울하고 도무지 봄이 다시 올 것 같지 않을 때가 있다. 깊고 추운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아빠가 어린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어린 딸은 거세게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밤에 떨며 아빠에게 원망스럽게 물었다. “아빠 하나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요?” 아빠가 어린 딸을 품에 안으며 대답했다. “하나님은 지금 환한 낮과 그리고 봄을 만들고 계신단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