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겨울철 건강관리 - 예방주사의 의미

입력 2014-01-25 01:32


피부에 작은 상처가 났을 때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작게 고름이 생기고 쉽사리 아물고 마는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즉, 큰포식세포와 백혈구가 그 균들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고 좁은 곳으로 몰아놓고 전쟁을 벌여 그들을 죽이고 자기들도 장렬하게 전사함으로써 전쟁 상처인 고름을 발생시키며 문제를 끝낸다. 이 경우 보통 48시간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끝나지 않고 뻘겋게 부어오를 뿐만 아니라 여러 날 동안 쉽게 낫지 않고 온몸에서 열이 나는 지경까지 이르고 상처 주위의 림프절까지 붓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때에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의 마지막 보루인 림프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이다.

피부감염의 경우 이렇듯 큰포식세포와 중성호성백혈구가 해결하는 선에서 끝나며 이 면역 기능을 선천성면역기능이라고 한다면 간혹 마지막 보루인 림프구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는데 림프구라는 일종의 백혈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면역 반응을 후천성면역기능이라고 한다.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AIDS는 후천성면역기능이 결핍되는 질환이다.

후천성면역반응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특이성이다. 이는 우리 몸에 침입한 균을 비롯한 외부 물질(항원)에 대해 반응하는 특정림프구가 있음을 의미한다. 즉 큰포식세포나 중성호성백혈구는 항원이 들어오면 비특이적으로 침입해 들어온 항원에 반응하기 때문에 별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48시간 이내) 림프구는 들어온 항원과 특이적으로 반응하기로 되어 있는 림프구만이 그 항원에 반응할 수 있어서 항원과 그에 맞는 특정림프구가 만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실제 후천성면역반응은 항원이 체내로 들어온 후 최소 3∼4일이 지나야 비로소 작동된다. 후천성면역반응의 다른 특징은 기억 현상이다. 체내로 들어온 항원에 대해서는 담당 림프구가 기억을 하고 있다가 그 항원이 다시 체내로 들어오면 첫 번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리고 훨씬 강한 정도의 면역 반응을 나타낸다. 그 결과 항원을 몸으로부터 제거하는 시간이 훨씬 빨라지고 효율도 높아지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한 예가 예방주사다.

1786년 제너가 처음으로 실시한 우두주사가 바로 그것이다. 천연두에 걸린 소의 혈청을 뽑아 열로 약화시킴으로써 그 속에 있는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없앤 후 사람에게 주사해 주면 혈청 속에 약화되어 있는 바이러스라는 항원에 대한 기억을 림프구가 갖게 된다. 결국 우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진짜 천연두 바이러스가 침입해 들어왔을 때 후천성면역반응의 기억 현상에 의해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게 된다.

폐렴, 독감 예방주사, BCG 주사(결핵 예방주사) 등 수없이 많은 예방주사의 원리가 곧 이 후천성면역반응의 기억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이 기억력은 침입해 들어온 항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개 평생 동안 유지된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후천성면역기능은 면역 반응을 주도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두 종류의 림프구로 나뉜다. 항체를 분비하여 그 항체로 하여금 침입해 들어온 균을 제거하는 B림프구와, 균이 세포에 감염될 경우 항체가 균 속으로 접근이 안 되기 때문에 감염된 세포를 죽임으로써 항원을 제거하는 T림프구가 있다.

이해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복잡다단한 면역 체계를 보면 조물주의 창조세계는 신비롭기만 하다. 이 오묘한 질서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추운 계절에 흔히 걸리기 쉬운 독감이나 폐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의 깊으신 사랑과 은혜에 감사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