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진삼열] 할인행사로 고객배상 생색내는 농협카드… 언론에 사태 확산 책임 떠넘기는 금융수장

입력 2014-01-24 07:25 수정 2014-01-24 10:23


“내 정보가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없는가.”(김정훈 정무위원장)

“고객의 정신적 피해를 감안해 고객에게 사은행사 등을 수립 중에 있다.”(NH농협카드 이신형 사장)

23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 관련 긴급 현안보고는 촌극이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은(謝恩)’은 ‘받은 은혜에 대하여 감사히 여겨 사례함’이라는 뜻이다. 이 뜻대로 해석하면 이 사장의 말은 ‘고객의 정보를 유출했으니 그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할인 행사를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실제 농협은행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정보유출 고객들에게는 미흡하지만 카드 고객에 대한 사죄의 마음으로 ‘하나로클럽에서 농협카드 결제 시 특정 농산물 최대 30% 할인’,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가맹점 청구할인’ 등 다양한 사은행사를 마련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흔히 내놓는 설날 맞이 각종 할인 이벤트와 진배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점은 사은행사라도 꺼낸 이 사장이 3개 카드사 사장 중 유일하게 대안을 내놓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KB국민카드 심재오 사장과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은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손해가 생기면 배상하는 건 당연하다. 재산상 손해가 없으니 책임질 일 없다고 할 것이냐”며 “내 정보가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채근했지만 소용없었다.

금융 당국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동일하게 배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송의 이익은 소송하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이 배상안 마련을 계속 독촉한 이후에야 “협의를 거쳐보겠다”고 물러섰다.

심지어 그는 “유출 규모가 1억건이 넘을 때는 언론이 조용해졌었는데 고객한테 통보되면서 다시 보도하기 시작했다”며 사태 확산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도 해 빈축을 샀다.

사태 수습은 면피와 시간끌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책임과 상응하는 배상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진삼열 경제부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