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지역 민간인 굶주림에 허덕

입력 2014-01-24 01:36 수정 2014-01-24 10:23


시리아 정부가 반군 지역으로의 식량 반입을 막아 민간인 수십만명이 기아에 허덕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 해법을 찾기 위한 평화회담 첫 회의는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일대 반군 지역을 포위하고 있다. 북부 바르제, 동부 구타, 남부 모아드하미야·다라야·야르무크 등이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은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팔레스타인 난민 밀집 지역인 야르무크 캠프에만 4만5000명이 고립돼 있다.

이들은 식량과 약품에 거의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구호 담당자는 약 25만명이 구호물자를 아예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수백만명도 간신히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한다.

최근 유엔 구호 담당자들은 식료품 400상자를 야르무크 지역에 전달하려다 정부군에 가로막혔다. 군인들은 빵과 밀가루를 압수했다. 반군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구호단체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식량과 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건 대부분 정부군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지만 복수의 정부군 관계자는 반군과 동조자를 굶주리게 해 굴복시킬 목표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퇴진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유엔이 주최한 이 회담은 2012년 6월 1차 제네바 회담에서 합의한 과도정부 수립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39개국 외무장관과 4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반군이 동의하지 않는 알 아사드 대통령은 과도정부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왈리드 알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외부 세력의 요청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테러리즘을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맞섰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본다.

반정부 연합체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은 정부군이 오히려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테러리스트를 이용한다며 알 아사드의 퇴진 없인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 회의는 24일 열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