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컨설팅사로 불똥 튄 中 지도층 탈세 의혹
입력 2014-01-24 07:25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전·현직 중국 최고지도부의 친인척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탈세를 저질렀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폭로의 여파로 글로벌 은행과 다국적 회계법인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크레디스위스, UBS 등 글로벌 은행과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은 중국 시장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권력층과 결탁해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과 자금 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PwC와 UBS는 중국 권력층 친인척 수백명의 조세피난처 자금 이전을 지원했다. PwC와 UBS가 조세피난처에 확보한 중국계 고객 기업은 각각 1000개와 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은행 등은 “관련법과 윤리 규정에 따라 조세피난처 기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역외 탈세나 불법행위 의혹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법처리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정치적 기반인 석유방(石油幇) 세력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수십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ICIJ는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SINOPEC·시노펙) 회장 등 3대 국영 석유기업 전·현직 임원 20명이 1995년부터 2008년 사이 페이퍼컴퍼니 30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전·현직 임원 11명은 21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등기이사로 등록됐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중국석유)의 전·현직 임원 15명은 7개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시 주석은 ICIJ의 폭로 당일인 22일 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 결정에 따라 새로 출범한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1차 회의를 열고 “개혁을 더욱 빨리,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IJ의 폭로와 상관없이 예정된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회의에는 시 주석은 조장 자격으로, 리커창(李克强),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상무위원 3명은 부조장으로 참석했다. 정치 평론가 장리판은 “상무위원 7명 가운데 무려 4명이 이 소조에 참여한 것은 그만큼 개혁을 중요시한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개혁영도소조 산하에는 경제체제·생태문명체제 개혁, 문화체제 개혁, 민주법제영역 개혁, 사회체제 개혁, 당의 건설제도 개혁, 기율검사체제 개혁 등 6개 전문소조가 설치됐다.
ICIJ의 취재에는 베이징, 대만을 포함해 미국 뉴욕·워싱턴·버클리, 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뮌헨 등 16개국 출신 기자들과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해 6개월 동안 자료 250만건을 분석했다고 BBC 중문판이 23일 보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