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日·中 갑자기 충돌할 수 있다”

입력 2014-01-24 07:22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일본과 중국 사이의 긴장 관계를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대며 양국 간에 예상치 못한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아베 총리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일본 간 전쟁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양국 간 관계를 1차 세계대전 직전에 라이벌이었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대며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일본 관계처럼 당시에 영국과 독일도 높은 수준의 무역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비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역 관계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전략적 긴장은 1914년에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돌발적으로 혹은 부주의해서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충돌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도의 대상은 일본 군인들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전쟁의 희생자들”이라며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세계 평화를 희망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아베 총리는 또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쟁의 영웅이 있는 게 아니라 전쟁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혼이 있을 뿐”이라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먼저 갑오전쟁(중일전쟁)과 한반도의 식민통치, 러일전쟁, 파시스트 전쟁을 돌아보라”며 “왜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데서 찾으려고 영·독 관계를 거론하느냐”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만약 일본 지도자가 난징대학살 피해자의 후손이거나 강제 동원된 위안부나 노동자, 731부대 생체실험 희생자의 후손이더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느냐”며 “A급 전범은 동양의 나치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보스에서 취재 중인 마틴 울프 FT 수석논설위원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다보스포럼에서 여러 해 사이에 겪은 가장 고약한 경험”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