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른 현오석… 말실수 사과했지만 국민 여론 들끓어

입력 2014-01-24 07:22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대란은 정보기술(IT) 보안 예산 비율을 후려친 금융회사들의 안일한 정보보호 의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동양 사태가 발생한 지 3개월여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무능을 개탄하는 장면이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개인정보를 빼앗긴 온 국민을 “어리석다”고 칭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랴부랴 발언 실수를 사과했지만 국민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23일 금융위의 ‘금융회사별 IT 보안 예산현황’ 자료를 인용, “문제의 카드 3사는 정보보호 예산을 전년보다 대폭 축소했다”며 “이번 사건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고 비판했다. 농협은 IT 전체 예산 대비 정보보호 부문 예산 비율을 2012년 12.68%에서 지난해 7.30%로 줄였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11.35%에서 8.12%로, 롯데카드는 8.50%에서 7.48%로 감축했다. 김 의원은 “카드사들이 2009년과 2011년 디도스(DDoS) 사건,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 등 이후엔 예산을 늘렸다가 잠잠해지면 줄이는 양상을 반복한다”고 꼬집었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정무위원들은 “2차 피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재발 방지책마저 재탕한 금융 당국을 질타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왜 자꾸 2012년과 지난해에 발표한 대책을 실행도 못 하고 또 내놓고 있느냐”(국민일보 1월 23일자 1·3면 참조)며 “제도보다 금융 당국의 의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호준 의원도 “최근 5년간 16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금융 당국은 동일한 대책만 재탕 삼탕했다”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금융 당국 수장들도 사퇴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공격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금 맡은 소임은 사고 수습”이라고 답했다.

뒤늦게 전 금융사의 보안실태 긴급 점검에 돌입한 신 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은 “유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현 부총리는 “불안과 불편을 겪고 계시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두고 지난 22일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경원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