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동에도 “담배소송 예정대로”

입력 2014-01-24 07:22 수정 2014-01-24 10:34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담배 소송 제기 여부를 정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입증 자료가 부족해 보인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공단 측은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공단이 24일 소송에 나서기로 의결할 경우 공공기관이 제기하는 첫 흡연 피해 소송 사례가 된다.

국내 담배 소송은 1999년 처음 제기돼 15년 동안 4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됐다. 모두 개인이 낸 소송이고 원고 측은 한 차례도 승소하지 못했다. 1999년 9월 폐암으로 사망한 외항선 기관사 김모씨 가족은 “김씨가 36년 동안 하루 1갑씩 피운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가 외항선 기관실의 매연 때문에 병을 앓았을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담배 소송에서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고 있다.

공단은 흡연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소송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130만여명을 19년 동안 추적 조사한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소송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물론 인과관계를 밝힌 것만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담배 회사가 위법하게 담배를 만들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2007년 허모(76)씨 등 4명이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담배가 예전부터 소비돼 온 기호식품이고, 정부가 담배 제조를 합법으로 인정한 이상 담배 회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담배협회 측은 공단의 소송 움직임에 대해 23일 “담배 회사에 재정위기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도 공문을 통해 “충분하게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소송 안건을 의결하지 말고 보고만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공단은 예정대로 담배 소송을 24일 이사회 의결 안건에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그간 담배 소송의 필요성과 법적 검토 과정을 복지부에 모두 보고해 충분한 사전 협의가 진행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승소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이 원고로 참여한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공공기관이 소송 대열에 합류하면 위법성 입증에 필요한 담배 회사 내부 문건 공개를 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49개 지방정부가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2460억 달러(약 260조원)를 받아냈다. 캐나다에서는 2013년 5월 온타리오주에서 담배 회사들에 500억 달러(약 53조원) 진료비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나성원 이영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