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全集’…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20권 발간
입력 2014-01-24 01:32
‘모든 문학전집은 과거이다.’ 이 명제를 뒤집는 전집이 출간됐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2013년)을 기념해 1차분 20권으로 론칭한 한국문학전집(사진)이 그것. 흔히 문학전집은 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총아로서의 ‘정전’(正典)‘을 말한다. 그런데 문학동네의 한국문학전집은 정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시대의 새로운 문학 독자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이 자체에 더 이상 지난 시대의 총아로서의 문학적 정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야심과 포부가 숨어 있다. 1차분엔 김승옥의 중단편선 ‘생명연습’, 황석영 장편 ‘개밥바라기별’, 박완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을 필두로 김영하 장편 ‘검은 꽃’, 박현욱 장편 ‘아내가 결혼했다’, 박민규 소설집 ‘카스테라’ 등이 포함됐다.
기존의 창비나 문학과지성사 판 전집과의 차별을 지향하는 이 전집은 누구나 손꼽는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대표 작품 리스트에 기대기보다는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한 책을 중심에 놓고 과거와 미래로 찾아들어 가서 리스트를 보충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컨대 한국문학전집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인직의 ‘혈의누’, 이광수의 ‘무정’ 등의 작품들이 빠지고 대신 박민규의 2005년 첫 소설집인 ‘카스테라’를 포함시킨 게 전집의 지향성을 잘 보여준다. 출간된 지 10년도 안 된 작품을 전집에 넣는 것은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나름 문학동네의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1차분엔 안도현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연어 이야기’도 끼어 있다. 또 앞으로 특정 시집이나 시선집도 전집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좀더 유연성 있게 각 문학 장르들을 과감히 수용하겠다는 기획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반세기에 걸친 한국문학전집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