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임금 지침, 임금체계 개편에 중점 둬야
입력 2014-01-24 01:40
고용노동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임금교섭 현장에서 활용할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23일 내놨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18일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행정적 후속조치다. 이 판례와 상충하는 현행법과 시행령을 고칠 때까지의 공백을 생각할 때 노동부로서는 이번 지침 발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지침 역시 의도와는 무관하게 통상임금 관련 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증폭시킬 소지가 있다.
노동부 지침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라 생기는 지난 3년간 초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 미지급분에 대한 청구 소송을 제한하려는 대목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부 지침은 ‘노사가 법리적 논쟁이나 소모적 소송보다는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협의하도록 지도하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통상임금 판정의 조건 중 하나인 고정성 여부에 관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한 노동부의 해석이다. 예컨대 정기상여금이 분기별로 지급되는 사업장에서 5월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2분기(4∼6월) 상여금의 일부(근무일수 상당분)가 지급되지 않을 경우 고정성이 없으므로 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 해석이 각급 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전체 기업들의 정기상여금 가운데 70% 가까이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해당 노조와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범위가 명확해지면서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단순화되고, 장시간 근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부 지침도 기본급의 비중을 높이고, 직무성과를 반영한 성과급에 일정 수당이 부가되는 형태로 재편하도록 현장에서 지도하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법원 판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급여 격차가 더 커질 우려가 크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도 기업의 존립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지만, 많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소송을 낼 엄두도 못 낼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상여금과 초과근로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통상임금 논란이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릴 것이다.
대기업 노조는 소송을 통해 통상임금 소급분을 취하려 하는 대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고용 안정이라는 중·장기적 이득을 꾀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노동부는 노동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 통상임금 소급분 소송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