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정교한 비단꽃 예술 궁중채화

입력 2014-01-24 01:35 수정 2014-01-24 12:34


와우! 화사하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많은 복숭아꽃 사이에 벌과 나비들이 살포시 앉아 있다. 온갖 풀벌레와 함께 새들도 나래를 접었다. 조선왕실에서 잔치나 의례 때 사용하던 꽃장식인 궁중채화이다. 비단과 모시로 꽃을 만들고 대나무 가지에 얹어서 모양을 갖췄다. 홍화와 쪽, 치자로 물을 들이고 밀랍으로 처리해 오래 보존하도록 했다. 채화를 전시하면 비단꽃에서 풍기는 향내를 따라 살아 있는 벌과 나비도 날아든다.

“수십년 오래된 비단으로 꽃을 만들면 궁중의 멋이 살아나요.” 화장 황수로(79)씨는 궁중채화의 장인이다. 조선왕조는 수십명의 화장이 만든 채화를 화병에 담아 연회장을 장식했다.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악도와 용상 앞에 놓인 커다란 채화는 천연색 역사를 재현한다. 우리 역사는 흑백 수묵화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황수로씨가 재현한 궁중채화는 사실 그대로 화려하게 역사를 되살리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그래서 2013년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서 문화전승의 가치를 인정했다. 단절됐던 화장이 50여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채화는 인내의 산물이다. 송홧가루를 꿀로 개어 만든 작은 수술을 10년간 삭힌 풀로 붙이고 1년에 걸쳐 염색한 비단을 잘라 콩인두로 지져 꽃모양을 낸다. 화준(花樽) 하나에 꽂히는 2000송이 꽃과 40여 마리 초충을 만드는 데 두 해가 걸린다. 황수로씨 작품은 4월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피어난다. 이번에는 프랑스 장인 작품과 함께 합동 전시회를 갖는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