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철새 vs 억울한 철새… 가창오리 AI 감염 가능성 높아

입력 2014-01-23 16:24

[쿠키 사회] 충남 서천 금강하구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폐사체가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금강하구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폐사체를 부검한 결과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와 같은 H5N8형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오리들이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되면 AI가 전북 외 다른 지자체로 확산한 첫 사례가 된다.

동림저수지와 금강하구는 직선거리로 55㎞ 떨어져 있어 최대 10㎞인 방역당국의 방역망을 넘어서게 된다. 또 이번 AI 사태의 진원지인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7만여 마리가 금강하구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철새가 AI를 전파시키는 주범이라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철새가 날아다니며 남긴 분변 등으로 인해 인근 농장의 오리들이 전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방역 당국은 AI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점 등을 토대로 야생 겨울 철새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해왔다. 농식품부는 AI 감염 지역이 철새 이동 경로와 유사하고 철새의 AI 감염이 확인되면 거의 동시에 인근 가금류 농가에서도 감염되는 점 등을 토대로 철새를 감염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환경단체나 조류단체 관계자들은 가창오리가 오히려 이들 농장으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시베리아에서 10월 말부터 날아온 가창오리가 국내에서 월동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AI 잠복 기간인 21일을 감안하면 훨씬 전부터 폐사가 발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장의 밀식사육과 비위생적 환경, 방역 소홀이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역당국이 AI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애꿎은 철새에게 혐의를 덮어씌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