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 저자 남화숙 美 워싱턴대 교수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14-01-24 01:40


“노·사·정 삼중주의 역사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노동사에서 1960년대는 ‘노조 운동의 암흑기’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발간된 남화숙(사진) 미국 워싱턴대 교수의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후마니타스)는 당시 대한조선공사(현재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남긴 1만쪽에 달하는 노조 문서의 분석을 통해 연대와 민주주의 문화를 추구했던, 건강한 노조가 건재했음을 보여준다.

남 교수는 22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노조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했지만 정부측과 사측, 노조원이 함께 부대끼며 엮어가는 ‘배 만들기’와 ‘나라 만들기’의 삼중주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1960년대, 현재와 같은 노·사, 노·정의 관계가 형성되기 전 당대 모습을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풀어낸 그의 저서는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책이다. 그가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2009년 펴낸 영문본이 5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된, 이력 역시 독특하다. 영문본은 2011년 미국 아시아학회가 한국학 관련 영문 저서 중 우수작에게 주는 ‘제임스 팔레 저작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노동사 및 한국 사회운동사 전공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대학수업 교재로 채택됐기도 했다.

그는 “제 책을 포함해 한국 노동사를 연구한 책이 미국에서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학문적으로 중요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소개했다. “1970년대 이래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이 쇠락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은 폴란드, 남아프리카, 브라질과 함께 그 추세에 역행해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세력으로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사회 운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비교사적 관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는 “서구 학계에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 성공을 이해하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보면 노조 위상 약화가 뚜렷해 보이겠지만 밖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도 노동운동의 기백이 남아있다. 또 (파업 지지 세력인) ‘희망버스’ 등 다양한 시민운동과의 연계를 통해 노동운동을 탈바꿈하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중요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딸로, 미국에 거주한 지 24년이 됐다. 그는 “외국에서 한국학을 하다보니, 한국에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검증하고 설명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는 것 같다”며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노동운동의 지나간 역사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