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총괄 임원 신설… SK, 삼성 CTO 출신 영입
입력 2014-01-23 03:31
SK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임원 자리를 신설하고 삼성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을 전격 영입했다. 최태원 회장이 그동안 눈여겨봤던 인재다. ICT를 바탕으로 한 융·복합기술 개발 등 미래 성장엔진을 찾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SK그룹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 기술·성장추진 총괄직을 새로 만들고 삼성그룹 CTO 출신인 임형규(61·사진)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22일 밝혔다.
임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개발 연구원으로 출발했다. 메모리 개발본부장(부사장), 시스템 LSI사업 부장(사장) 등을 거쳤다. 2004∼2008년 삼성전자 CTO와 삼성종합기술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신사업팀장(사장)도 역임하며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임 부회장은 1970년대 시작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처음부터 지켜본 산증인이다. 동시에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주역이다.
임 부회장 영입에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최 회장은 오래전부터 임 부회장과 알고 지내며 관심 있게 지켜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최 회장에게 사업전략 등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전체의 융합기술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책임질 적임자로 임 부회장을 추천했다. SK그룹의 주요 경영진도 삼성전자 고문으로 물러나 있던 임 부회장 영입을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재 빼내기’ 논란을 의식해 삼성그룹 측에 미리 양해를 받기도 했다.
임 부회장은 그룹 내 ICT 관련기업인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의 기술과 성장 관련 인력 및 조직을 통괄한다. ICT 분야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비전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각 계열사 CTO가 할 수 없는 큰 그림의 기술 비전을 그릴 전망이다.
여기에다 임 부회장과 손발을 맞출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박 사장은 84년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한 후 미국 생산법인 담당 임원, 연구소장, 연구개발제조총괄을 역임한 반도체 기술 전문가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성장전략으로 ICT를 선택한 만큼 임 부회장과 박 사장이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