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정보 유출 사태에 국민들의 한결같은 일성은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카드사로 달려가 언성을 높이고, 카드 재발급을 요구하며, 해지를 요청하는 정도다. KB국민·NH농협·롯데카드를 주로 쓰던 사람들은 경제활동 패턴이 바뀌는 번거로움을 감당해야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실질적 보상이다. 자신의 온갖 정보가 고스란히 새나갔고, 2차 피해 우려로 고통받는 상황을 해결해줄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정보 유출로 피싱과 스미싱 공포에 애를 태우고, 카드사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대가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카드사와 금융 당국은 이상하리만치 손해배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2일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검토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가 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금융 당국도 손해배상에 대해 손을 놓은 꼴이다.
허술한 관리로 정보를 유출한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2차 피해가 발생하면 모두 배상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2차 피해 배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절차 수준에 불과하다. 애초 카드사들은 카드 분실·도용 등으로 결제가 이뤄졌을 때 이를 입증하면 모두 배상해 왔다. 즉 원래 해주던 일을 선심 쓰듯 이야기하며 상황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말하는 선제적 배상에 대해서는 전제를 달았다. 카드사 사장들은 지난 20일 “정신적 피해가 인정되면 별도 보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피해 입증을 국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결국 조금의 배상이라도 받으려면 국민들이 직접 자비를 들여 집단소송에 참여해야 한다. 카드 재발급으로 경제활동이 멈춘 이들이 소송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들은 2차 피해가 없다고 방관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각종 서비스 명목으로 거둬간 비싼 수수료(이자)를 생각하면 최악의 피해를 안긴 데 대한 배상금 지급은 당연한 이치다.
진삼열 경제부 기자 samuel@kmib.co.kr
[현장기자-진삼열] 조건없는 ‘선제적 보상’이 필요하다
입력 2014-01-23 02:33 수정 2014-01-23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