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패러다임을 바꾸자] “은행, 고객 맞춤 상품·해외 진출 등 새 수익원 찾아야”

입력 2014-01-23 01:35

전문가 진단

“국내은행의 수익구조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비효율적인 부문의 비용절감과 함께 수익원 다변화 노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1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우리·신한·기업·하나·씨티·SC·수협은행 등 7개 은행 대표들은 반 토막 난 은행권 수익성과 관련해 이 같은 인식을 공유했다.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가 새로운 기준이 된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자수익에만 집중해 왔던 은행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기로에 섰다.

지난해 3분기 국내은행 총이익 10조1000억원 중 이자이익은 8조6000억원, 비이자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5.1%에 이른다. 2분기엔 94.5%에 달했다.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경우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0% 정도다.

문제는 저금리다.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이 저금리로 줄면서 순이자수익(NIM)은 지속적인 하락세다. 2008년 1분기 2.40%였던 NIM은 2012년 1분기 2.19%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3분기 1.81%를 기록, 2009년 3분기 1.72%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따라서 은행 전체 수익 감소는 당연한 결과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 합계는 5조3309억원으로 추정된다. 2012년(7조7114억원)에 비해 약 30%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은행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영업범위를 넓혀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정확한 신용평가와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바탕으로 고객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원장은 “국내 은행은 선진국 은행과 비교해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약하다”며 “은행이 홍보하고 있는 상품을 마구잡이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맞춤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고령화가 진전되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함에 따라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해 자산을 쌓아왔지만 앞으로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금과 장기저축 등 금융자산 축적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포화된 국내 시장을 떠나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해외진출이 답이다. 단, 단기적 시각보다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성장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산업의 성장세 둔화와 NIM 감소로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예대마진이 높고 금융수요가 큰 신흥국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해외진출 성공을 위해서는 영업규제로 현지영업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외국 금융당국과 교류를 확대하는 등 지원을 해야 한다”며 “동시에 민간은행이 금융공기업과 함께 진출해 신흥국에 금융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쌓고 안정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