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패러다임을 바꾸자-④ 뉴노멀시대 금융산업의 과제] ‘4低 1高 현상’ 이대로 가다간…
입력 2014-01-23 01:35
금융업계는 ‘저성장’과 맞물린 초저금리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 저출산, 고령화라는 ‘4저(低) 1고(高)’ 현상과 이차역마진 우려 등으로 올해도 경영 여건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이 새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 한마디는 업계 전반의 위기감을 그대로 대변한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상품을 운용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흐름 역시 풀기 어려운 난제다. 이 장애물들은 1∼2년 안에 사라질 현상도 아니다. 길어진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는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 간 과도한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본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의 그늘…수익성 악화·신계약 감소=저금리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험업계가 맞닥뜨린 과제다. 자산 운용을 통해 적정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저금리가 지속되면 운용이익률보다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율이 높아지는 이차역마진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의 저성장이 계속되는 한 저금리가 해소될 가능성은 적다. 심지어 올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외국계 증권사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판매한 상품들은 고금리·고보장이 많아서 역마진 부담이 더욱 큰 상황”이라면서 “이 상황이 계속되면 못 버틸 회사도 나올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1997년 닛산생명 파산 이래 7개 생보사가 저금리에 따른 2차 역마진으로 파산한 바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보험 상품 판매 실적은 바닥을 치고 있다. 저출산과 높은 청년실업 등도 보험 시장에는 큰 타격이다. 새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 신계약건수는 2002년 2685만7059건에서 2005년 2738만4423건까지 증가했지만, 2007년 2643만6230건으로 떨어진 이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기 침체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계약까지 위협한다. 이는 보험사들의 수입 보험료 감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013 회계연도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가 2012년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심화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도 보험사에겐 부담이다. 대표적으로 종신형 개인연금보험 등의 상품은 고령화로 인해 기대수명이 연장되면 연금 지급 기간이 길어져 예상보다 연금지급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뉴 노멀’ 맞춘 새 수요 확보로 풀어야=전문가들은 새로운 상품 개발과 보험에 대한 신뢰 회복 등을 통한 시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사들도 저출산·고령화에 맞춘 상품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후 소득보장 체계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아직 52.6%에 불과하다.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노후 의료비 준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연금저축보험에 의료비 보장기능을 더한 ‘연금의료비 저축보험’ 상품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연금상품, 장기간병보험 활성화 등이 대표적인 대안 상품으로 꼽힌다.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1∼2인 가구나 여성가구 등을 겨냥한 신규 보험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성장·고령화에 따라 장기 자산 관리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간접자본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 장기간 안정적 수익창출이 가능한 대체투자처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보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어니스트앤영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7개 아시아국가 보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의 신뢰도가 가장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와 판매수수료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게 가장 당면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 글로벌 경쟁 속 “업계 구조개편 절실”=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 순이익은 2000년 이후 증가세를 유지해 2007년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 2012년엔 1조2000억원으로까지 쪼그라들었다. 주식 시장 자체가 침체기를 걷는 데다 해외 증권사 등과의 경쟁까지 심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강종만 연구위원은 “현재 증권업이 처한 금융환경은 매우 악화된 만큼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증권사 수가 적정수준으로 감축돼야 한다”면서 “해외 대형사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증권사 1∼2개를 육성하는 등 증권업 전반의 구조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