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계기판엔… 추가시간이 없다
입력 2014-01-23 01:33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33·에인트호벤)의 대표팀 복귀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내놓은 ‘깜짝 카드’다. 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지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 직전 동남아시아에서 자선축구를 개최한다. JS파운데이션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5월 31일이나 6월 1일에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 2014 아시안 드림컵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또 여자친구인 김민지 아나운서와 7월 중에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선축구 일정이 대표팀의 최종 전지훈련 일정과 겹치면서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5월 중하순에 최종 명단 23명을 확정한 뒤 마지막 전지훈련을 하고 6월 초 브라질로 이동할 예정이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JS파운데이션 상임이사는 “지성이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용퇴를 했고, 현재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복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주위와 언론에서 자꾸 복귀하는 쪽으로 몰아가니까 아주 난처한 입장인 것 같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최근 박지성을 직접 만나 대표팀 복귀 의사를 물어 보겠다고 말해 복귀설에 불을 지폈다. 월드컵을 세 차례나 뛴 박지성의 경험이 대표팀에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의 복귀는 환영할 일이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활약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와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전반기 동안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박지성은 2011년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여러 차례 대표팀 복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기량 저하와 장거리 여행에 따른 컨디션 난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박지성에게 ‘SOS’를 요청했다. 박지성은 최근 불거진 홍 감독과의 사전 교감설, 3월 A매치 출전설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은 자선축구 일정을 잡음으로써 대표팀 복귀를 거부하는 우회 제스처를 취했다. 자칫 축구 팬들의 열망을 외면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홍 감독이 ‘박지성 복귀’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에 복귀설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전화로 그의 의사를 충분히 타진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로서 박지성은 일단 대표팀 복귀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을 염원하는 대표팀과 전 국민적 요구를 끝까지 외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