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뮤지션 삶과 노래… 해외 평단 극찬받은 ‘인사이드 르윈’

입력 2014-01-23 01:32


뚜렷한 기승전결이나 극적인 클라이맥스는 없다. 곳곳에 유머러스한 장면이 포진해 있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담담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떤 작품 못지않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지난해 해외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영화, 바로 ‘인사이드 르윈’이다.

영화는 1961년 어두침침한 미국 뉴욕의 ‘가스등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포크송 가수 르윈(오스카 아이삭)의 무대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르윈은 통기타 소리에 그윽한 목소리를 포개 노래하고, 관객들은 음악의 작은 부분까지 허투루 듣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노래를 경청한다. 노래가 끝난 뒤 르윈은 “포크송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며 무대에서 내려온다.

카메라는 무슨 일을 하든 비슷한 코드를 오가는 포크송처럼 ‘다 거기서 거기’인, 비참한 현실을 못 벗어나는 르윈의 일상을 담아낸다. 르윈은 궁핍한 생활에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은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인물. 하지만 그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과거 취입한 음반은 창고에 쌓여 있다. 얼떨결에 떠맡은 지인의 고양이는 사라져버린다. 돈이 없어 동가식서가숙하는 일상은 바뀔 기미가 안 보인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만 삶은 안정되지 않는다.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시카고로 가 유명 앨범 제작자를 만나지만 상업성 없는 그의 음악은 외면당한다. 이제 르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실존했던 포크 가수 데이브 반 롱크(1936∼2002)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예술의 진정성을 좇던 가수의 삶을 중심에 두면서 동시에 1950∼60년대 비트족(beat族·기성세대의 문화를 거부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살고자했던 젊은 세대) 이야기를 가미했다.

‘바톤핑크’(1991) ‘파고’(199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등을 통해 독보적 영화세계를 보여준 미국의 코언 형제(조엘 코언(60)·에단 코언(57))가 메가폰을 잡았다. 음악 감독을 맡은 티 본 버넷(66)은 ‘인사이드 르윈’을 “한 세기의 음악을 아름답게 훑어본 영화”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등을 석권했다. 프리미어 필름코멘트 뉴욕타임스 등 해외 유수 매체들이 ‘2013년 최고의 영화’로 꼽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엔 뉴욕타임스 2개면에 이 작품을 2013년 최고작으로 꼽은 기자와 평론가, 파워블로거의 이름 400명이 적힌 광고가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29일 개봉. 15세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