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끓는 청춘’ 변신 시도한 이종석… “대세남? 찌질남으로 제대로 망가졌죠”

입력 2014-01-23 01:32


지난해 배우 이종석(25)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휘저었다.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단한 활약상이었다. 시작은 슬픔을 간직한 고교생 고남순 역을 열연한 드라마 ‘학교 2013’(KBS2)이었다. 큰 키(186㎝)에 귀공자 같은 외모, 안정된 연기력으로 단숨에 그는 기대주로 부상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에서 보여준 모습은 더 인상적이었다. 이종석은 남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 역을 맡아 안방극장 여심(女心)을 뒤흔들었다. 이후 영화 ‘관상’ ‘노브레싱’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누구보다 화려한 2013년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종석의 연기를 두고 좋은 평가만 있었던 건 아니다. 드라마건 영화건 이종석의 극중 모습은 비슷해보였다. 배역의 이름만 달라질 뿐 우수에 찬 미소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종석 역시 이런 지적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비슷한 연기만 한다는 비판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전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생각했는데 ‘이종석은 똑같은 모습만 보여준다’는 말을 들으니 속이 많이 상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비판이 맞다는 생각이 저 역시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지난해 ‘관상’에 출연하며 느낀 소감을 전했다. ‘관상’은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등 당대의 베테랑 배우가 다수 출연한 작품. 이종석이 맡은 역할은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아들 진형 역이었다.

“저의 연기가 작품에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항상 긴장된 상태로 연기했죠.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제 연기가 너무 형편없더라고요. 스크린에 제가 등장만 하면 극의 ‘템포’가 헝클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등에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22일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은 연기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픈 이종석의 바람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령 이종석은 인터뷰 내내 이런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정말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촬영하는 내내 나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내겐 정말 의미가 큰 작품이다”….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남 홍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교생들의 로맨스를 담아낸 영화다. 이종석은 여고생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바람둥이 중길 역을 열연했다. 중길은 여학생 앞에선 온갖 허세를 부리지만 싸움 잘하는 선배들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찌질한’ 남자다. 영화엔 이종석 외에도 박보영 김영광 이세영 등 내로라하는 청춘스타가 대거 출연한다.

“주변에선 이 작품에 출연하는 걸 만류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보여준 이미지, 그 모습을 더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죠. 하지만 저는 망가지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달라진 제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단 마음이 컸어요.”

이종석은 2010년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SBS)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뒤 이듬해 드라마 ‘시크릿 가든’(SBS)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많은 작품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 현재, 그의 마음은 어떠할까.

“주변에선 ‘대세’라고 많이 불러주시지만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변한 것도 없어요.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는 건데, 이건 확실히 좋은 점이긴 해요. 제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니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