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새로운 100년의 약속] (3) 국제공정무역 운동의 열매 ‘카페 티모르’

입력 2014-01-23 02:31


커피 ‘공정무역’으로 동티모르에 희망 심어줘

동남아시아의 신생 독립국인 동티모르 수도 딜리 시내에 지난 15일 카페 ‘피스 커피(PEACE COFFEE)’가 문을 열었다. 개업 첫날에만 200여명이 다녀갔다. 우리나라 강원도 크기의 작은 섬나라에 들어선 낯선 커피 가게가 지닌 의미는 특별하다. 커피 생산자에서 소비자로의 변신, 더불어 동티모르 청년들이 한국YMCA(한국Y)와 함께 카페를 통해 본격적인 커피사업의 전문성과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동티모르와 한국Y의 첫 만남은 10년 전에 이뤄졌다. 450년 넘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는 오랜 피지배 끝에 독립하자마자 또 다시 인도네시아의 식민지가 되는 수난의 역사를 겪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도 인구 3분의 1이 학살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독립 이후 5년 만에 발생한 내전은 또 다른 동족상잔의 고통을 수반했다.

2004년, 당시 ‘평화와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YMCA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동티모르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동티모르 시민사회 역량 강화 사업에 착수한 한국Y는 수도 딜리에서 200㎞ 떨어진 사메 지역의 커피를 수입해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사메 지역 커피 재배 농민들과 다국적 커피회사 사이에서는 비정상적 거래가 난무했다. 한마디로 커피를 재배한 농가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커피 수확 시기가 되면 다국적 커피회사들은 농민들이 수확해 거리에 펼쳐놓은 커피 원두를 헐값으로 싹쓸이해갔다.

한국Y는 비정상적 관행을 개선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국제공정무역 운동의 일반적인 원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국Y는 일단 마을 원로들과 합의해 마을 커피 생산량을 결정하고 그 생산량에 해당하는 금액의 50%를 선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수확 이후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커피 원두 거래를 시작했다.

한국Y와 거래하는 2개 마을(로뚜뚜·카브라키)의 500여 가구 농민들 간에는 공정한 무역 거래가 자리 잡았다. 커피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뤄져 갔고, 농민들은 커피 품질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지 마을은 커피 재배로 얻은 수익으로 마을학교를 개보수하고 보건소까지 세웠다.

2012년. 마을에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소규모 생산 공동체 조합이 세워졌다. 주민들이 5개 소그룹을 만들어 커피 생산과 품질관리, 수익금 분배 및 사용처 결정에 이르기까지 공정무역 커피사업의 전 공정을 스스로 책임지게 됐다. 현지 농민들의 자립 구조를 이뤄낸 것으로 한국Y가 현지에 뛰어든 지 7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한국Y는 특정 시점이 되면 현지에 대한 모든 지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지역사회의 자립과 발전이 YMCA 공정무역 운동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YMCA 공정무역 운동은 근본적으로 지구촌 시민사회의 관점으로 이뤄진다.

교역을 통한 정당한 대가 지불과 그로 인한 공동체의 성장, 나아가 시민사회의 발전을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시혜적 자선과 기부, 원조와는 성격이 다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평등하고 공정한 거래, 교류와 상호 협력 및 발전이 한국Y의 목표다.

이 같은 기조는 카페티모르의 3가지 운영 원칙에도 스며 있다. 첫째, 공정무역 커피와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한다. 둘째, 사회의 취약계층 바리스타를 우선 고용한다. 셋째, 지역주민과 함께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소통하는 문화 카페로 운영한다.

피스 커피는 서울 어린이대공원과 세종문화회관(예뜨래) 등 2개 지점에서도 운영된다. 커피 로스팅 작업이 이뤄지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공장에서는 바리스타 교육이 진행된다. 어린이대공원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중에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아미아타(37·여)씨가 있다. 난민 출신의 그녀는 ‘소외계층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가나의 난민캠프에 머무를 때 베이커리를 배운 적도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뿐만 아니라 카페티모르를 통해 새 삶을 열어가는 주인공들은 이미 여럿이다.

알코올 중독자였다가 재기해 카페티모르 로스팅 실장으로 자립한 분도 있고, 장애를 거뜬히 극복하고 현장을 누비는 장애우 바리스타도 자랑거리다. 사춘기 시절 가출했다가 심리적 안정을 찾아 훌륭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청년들도 있다.

‘강도 만난 이웃을 보살피고 배려하라’(눅10)는 성서의 말씀과 뜻을 따라 YMCA에 맡겨진 공정무역 운동의 부르심을 잘 따라갈 수 있기를, 또한 카페티모르를 통해 귀한 열매들이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www.peacecoffee.co.kr).

조여호 카페티모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