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장관 “북 6자회담 재개 신호 보내고 있다”

입력 2014-01-22 03:59

북한이 러시아에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고수하면서 수년째 겉돌고 있는 상황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2013년 결산 기자회견에서 “현재 북한 지도부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여러 회담 참가국은 북한이 자신의 태도에 진정성이 있음을 입증할 만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기로 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만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이 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중국과 함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참가국들이 누군가의 체면을 잃게 하거나 살리는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 문제가 미국이 한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구실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국경 주변에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을 전개하고 이 지역에 전(全)지구적 미사일방어(MD)망을 구축하는 등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위한 새로운 구실이 나타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서 나오는 위협을 명분으로 하는 행동은 북한의 실질적 군사력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MD 문제가 러시아와 미국 간 협력 확대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 중 하나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 대신 ‘멀지 않은 때’라고 표현하며 양국 정상 간 교류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