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탈리콜’ 일상 속으로… 기억 조작 대체현실 기술 5년 후 상용화될 듯
입력 2014-01-22 01:36
대체현실 시나리오 #1. 다섯 살 미정이는 아빠가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자 시무룩해졌다. 엄마가 대체현실 체험 장비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씌워주고 아이를 현관으로 데려간다. 가상의 아빠가 집에 들어오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이는 아빠가 진짜인 줄 안다. 아빠가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자 미정이는 신이 난다. 잠자리에 들 때쯤 실제로 귀가한 진짜 아빠가 HMD를 벗겨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미정이는 저녁 내내 아빠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고 잠이 든다.
미정이가 진짜 아빠와 가짜 아빠를 구별 못하는 이유는 고도로 정교화된 ‘대체현실’ 기술 덕분이다. 대체현실은 사람의 인지과정을 왜곡시켜 가상 세계에서의 경험을 실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토탈리콜’이나 ‘인셉션’ 등 영화를 통해서만 상상했던 기술이지만 앞으로 5∼10년 뒤면 상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21일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에 의해 발표됐다.
근거는 대체현실의 필요조건인 ‘가상현실’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스크린골프나 닌텐도의 위(Wii) 게임을 떠올리면 된다. 산업연구원은 가상현실을 구현할 IT기술과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이 5∼10년 뒤면 성숙 단계에 이를 것으로 봤다.
물론 이것만으로 대체현실 기술이 완성될 수 없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도록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인지·뇌과학과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관련 기술은 현재 태동기이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단순체험형 대체현실은 앞으로 5∼10년 뒤면 가능하다는 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용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에 관한 지식이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와 가상의 차이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2012년 실시간 장면과 과거 영상을 적절한 타이밍에 교대로 보여줘 과거를 현실로 믿게 만드는 실험에 성공, 이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단 영화에서처럼 이용자와 주변 환경의 인물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완전한 대체현실은 2030년 이후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현실 기술은 심리치료, 군사교육, 엔터테인먼트, 광고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장비와 기기, 센서, 소프트웨어, 통신 분야로의 생산 파급 및 고용 유발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점은 범죄수단으로의 이용 등 오·남용 가능성이다. 최광훈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기와 사행행위, 성폭력 등 대체현실 내의 불법적 행위에 실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