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성결회 ‘PK캠프’… 찬송 부르며 고민 훌훌 “가족 만난 듯 따뜻해요”

입력 2014-01-22 01:36


21일 오전, 충남 홍성군의 한 수련원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84명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십여 명씩 짝을 이뤄 앉은 학생들은 마치 한 가족처럼 보였다.

“주님 너를 항상 인도 하시리∼. 메마른 땅에서도 너를 만족 시키리∼.”

인도자가 축복의 찬송을 부르기 시작하자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저마다 초등학생 동생들을 품에 안고 노래를 불렀다. 사는 곳과 성장 배경 등은 달랐지만, 1년간 헤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난 듯 따뜻했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 교육국이 진행하는 ‘나사렛PK(Pastor’s Kids·목회자 자녀)캠프’ 둘째 날 현장은 정겹고 훈훈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창밖 풍경은 하얗게 변했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왔지만 캠프의 온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목회자 자녀인 임이랑(32) 전도사는 이날 선택강의 시간에 “PK로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하거나 바꿀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불행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PK로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동생들을 격려했다. 농담을 곁들인 임 전도사의 강의에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올해로 9회를 맞은 ‘나사렛 PK캠프’는 참가자는 물론, 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스태프들 전원이 목회자 자녀로 태어나 목회자가 된 이들이다. 그만큼 목회자 자녀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더 깊은 연민을 가지고 캠프를 진행한다. 2006년 PK캠프를 시작한 나성 교육국장 김은엽(고양 물가에심은나무교회) 목사는 “저도 목회자 자녀로 성장하면서,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만나 교제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컸다”며 “아이들이 서로 공감해주고 치유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세 번째 캠프에 참가했다는 중학교 2학년 강한나(14)양은 “목회자 자녀에 대한 교인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PK들은 상처를 많이 받으며 자란다”며 “이곳에 오면 나와 같은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 또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1회부터 매년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오샘물(22·여)씨는 “목회자 자녀들은 ‘나 때문에 교회가 욕을 먹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노심초사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면서 “PK캠프에 오면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또 서로를 위해서 눈물 흘리며 기도해 주기 때문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나성 교육국은 PK캠프 외에도 ‘PK청년모임’을 충남 천안과 서울·경기 지역에서 매월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PK캠프에서 만난 청년 한 쌍이 결혼에 성공하기도 했다.

홍성=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