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도 줄이는 중국… 한·일·대만 전철 밟나

입력 2014-01-22 01:35


30여년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중국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고도성장 이후 주춤했던 패턴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수출 중심 성장전략에서 내수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면서 생긴 변화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7%로 집계됐다. 3분기(7.8%)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2분기(7.5%)보다는 높다. 연간 성장률은 7.7%로 전년(7.7%)과 같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성장률이 2년 연속 7%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30여년간 연평균 9.7%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는 중국보다 먼저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한국과 일본, 대만의 성장패턴과 유사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지적했다. 일본은 1960년대 연평균 10%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경제대국으로 떠올랐고, 한국 역시 수출을 성장엔진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1990년대 이후 극심한 장기침체를 경험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

과거 30여년과 다른 중국의 성장세는 당국의 정책변화와 맞물려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과잉유동성과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의 GDP 대비 총통화 비율은 207%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국의 금융 긴축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성장 폭도 둔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수출보다 국내 소비 진작책과 도시화 사업,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도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7.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천안문 사태 여파로 대규모 국제제재를 받았던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FT는 분석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