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대국 부상 배경 보여주고 싶어 경제 혁신해 삼성 같은 브랜드 가져야”

입력 2014-01-22 02:32


‘덩샤오핑 평전’ 출간 맞춰 방한…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

에즈라 보걸(84·사진) 미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1일 ‘덩샤오핑 평전’(민음사) 출간에 발맞춰 한국을 찾았다. 보걸 교수는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 하버드대 퇴직 후 미국인들이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며 “덩샤오핑을 통해 그 인물뿐 아니라 그 시대, 어떻게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년간 덩샤오핑의 자녀 및 지인과의 인터뷰, 방대한 중국어 자료 분석 등의 작업을 거쳐 2011년 책을 완성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지난해 1월 최고 권위의 삼련(三聯)출판사가 발간, 지금까지 73만부가 팔렸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검열로 천안문 사태 등 일부 민감한 내용이 책에서 빠졌다. 보걸 교수는 “천안문 사태 당시 생존자의 이름을 빼고, 실명 대신 어떤 지도자가 이런 결심을 했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며 “(일부를 덜어냈지만) 중국에서 출간된 어떤 책보다 천안문 사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중국이 어디에서 재도약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경제 분야에서 창조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은 물론 한국도 ‘삼성’ ‘현대’ 같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가졌지만 중국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할 줄 몰라 그런 브랜드를 갖지 못했다”면서 “제품 품질을 높이는데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제일국가 일본(Japan as number one)’ ‘박정희 시대: 한국의 전환’ 등을 저술한 동아시아 전문가로서 2014년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볼까.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중국과 한국이 일본의 상황을 잘못 해석하고 반응해 일본이 더욱 우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이 일본과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는 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대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덩샤오핑의 말을 상기시켰다.

보걸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자유를 억압한 측면이 있지만 똑똑한 지도자라서 가난한 국가에서 급진적인 경제 발전을 이뤘다고 평했다.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자 “강한 리더십으로 많은 분야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룬 반면 일본과는 관계가 좋지 않아 지도층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는 일본 지도자와 만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