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학부모-초등학교 교사 대화 들어보니…

입력 2014-01-22 01:34


선행학습 얼마나 할까?

규칙 몸에 배도록 해야


서울 시내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 지난 15일 있었다. 첫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드디어 학생이 됐구나’ 하는 뿌듯함에 빙그레 웃다가도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지는 않을까’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맏딸을 학교에 보내는 백수정(36·서울 은평구 진관4로)씨도 마찬가지. 백씨는 “예비소집일 날 딸아이는 생글생글 웃는데 저는 걱정이 돼서 울상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왕초보’ 학부모 백씨가 초등학교 1학년 담임만 3년째 하고 있는 교사 김수현(서울 삼양초)씨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카페에서 만났다. 김씨는 1학년을 가르친 경험을 담아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준비(청림라이프)’를 최근 출간했다.

△백수정=한글은 다 익히고 가야 하지요?

△김수현=한글을 읽고 쌍받침이 없는 글씨를 쓸 정도면 됩니다. 숫자는 100까지 셀 수 있으면 되고요. 1학년에선 국어가 중요합니다. 국어 능력은 유창성과 정확성으로 나뉘는데, 평소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시고, 말끝을 흐리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도록 지도하세요. 아이와 스무고개 놀이를 하면 아이의 문장력과 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받아쓰기 연습을 시키고,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부분적으로 인용되는 책(표 참조)을 미리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교과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김=초등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성실성입니다. 성실함이 뒷받침되지 않은 똑똑함은 속 빈 강정일 뿐이지요. 규칙의 습관화가 아이를 성실하게 만듭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 씻기,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식사 후 양치하기, 책과 장난감 정리하기, 상황에 맞는 인사하기 등을 몸에 배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백=그렇군요. 입학하자마자 급식을 하나요?

△김=예. 그래서 젓가락질을 못 하면 불편하니 가르쳐주세요. 또 혼자 화장실을 못 간다면 혼자 가서 뒤처리하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공부시간에 배가 아프거나 소변이 마려울 때 손들고 담임교사에게 이야기하도록 알려주세요. 간혹 참다가 실례를 하고, 이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백=정말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는데, ‘왕따’ 때문인가요?

△김=1학년에선 왕따 현상은 거의 없습니다. 성격이 예민하거나 분리불안 증세가 있던 아이들은 입학 초기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기대를 하도록 이끌어 주세요. 아이가 다닐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거닐며 부모님이 초등학교 때 즐겁게 참여했던 체육대회, 소풍 등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넌 학교 가면 정말 잘할 거야.” 이렇게 믿음을 보여 주세요.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답니다. “선생님께 혼 좀 나봐라” “학교 가서 앞가림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 된다” 등등 부정적인 말은 절대 해선 안 됩니다.

△백=어떤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는 게 좋을지, 아무래도 젊은 선생님이 좋겠지요?

△김=가끔 담임교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학부모들도 계십니다. 아이들 앞에서 “너희 선생님은 이상하다!”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그래선 안 됩니다. 부모가 담임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1년 동안 믿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 앞에서 “담임선생님이 젊고 똑똑하시다” “연륜이 있으셔서 잘 이끌어주시겠구나” 등등 칭찬을 해주세요. 그럼 자녀들이 담임선생님을 믿게 돼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습니다.

△백=자기주도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지도하면 될까요?

△김=아이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생활 속에서 가르치세요.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들은 일기 쓰기나 숙제 등이 담임교사와의 약속이므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합니다. 결과적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게 되지요. 아이와 약속할 때는 충분히 합의해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잘 지켰을 때는 칭찬을 해주고, 어겼을 때는 따끔하게 야단쳐야 합니다. 부모 또한 아이와 한 약속을 잘 지켜야 합니다.

△백=담임선생님과 면담 때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 빈손으로 가기는….

△김=새 학기 때 담임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바로 학부모님들의 선물입니다. 선물은 못 받게 되어 있습니다. 미리 약속하시고, 시간을 잘 지켜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담임교사와 상담할 내용을 미리 정리해서 오시면 도움이 됩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