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주목해야 할 해외 스타] (3) 빙속 크라머 (네덜란드)

입력 2014-01-22 01:33

코치 실수 밴쿠버 악몽은 잊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이다. 겨울만 되면 얼어붙는 수많은 수로에서 누구나 스케이팅을 할 수 있어 저변이 넓다. 특히 스케이팅 마라톤이 열릴 정도로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 열광한다. ‘스케이트의 나라’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스타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절대강자 벤 크라머다. 그는 소치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팀추월에서 3관왕을 노리고 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레인 착오로 실격했던 수모를 만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밴쿠버올림픽 당시 3관왕 후보였던 그는 예상대로 5000m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1만m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실격됐다. 400m 트랙을 25바퀴 도는 1만m 경기에서 8바퀴를 남겨놓고 코너로 진입할 때 바깥쪽 레인으로 빠지려던 크라머는 코치의 황급한 지시를 받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안쪽 레인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크라머가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바깥쪽 레인이었다. 코치의 착오로 그가 레인을 제대로 교차하지 않은 덕분에 금메달은 2위로 들어온 한국의 이승훈에게 돌아갔다. 크라머가 이끌던 팀추월 역시 기대와 달리 3위에 그쳤다.

크라머는 최근 인터뷰에서 “밴쿠버올림픽은 내게 정말 실망스러운 대회였다”며 “그 경험 덕분에 우리는 소치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크라머는 다리 신경장애로 모든 대회에 불참한 2010∼2011시즌을 제외하고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6∼2007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 6차례나 우승을 달성한 현역 최고의 스케이터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13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2007년 3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남자 1만m에서는 12분41초69, 같은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남자 5000m에서는 6분03초32의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다. 크라머가 쓴 두 종목의 세계기록 모두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열린 월드컵 남자 팀추월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이 3분35초60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는 데에도 한몫했다.

기록과 나이 그리고 최근 페이스를 모두 고려할 때 크라머가 현존 세계 최고 장거리 스케이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승훈은 최근 빙상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크라머를 제대로 이긴 적도 없고, 크라머가 지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고 솔직하게 실력차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승훈은 “팀추월에서는 네덜란드를 제칠 가능성이 있다”며 희망을 피력했다.

‘빙속 황제’ 크라머의 명예회복 여부와 함께 이승훈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장거리 최강 네덜란드를 상대로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