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담았더니… 평범한 선물세트가 인기 폭발
입력 2014-01-22 01:33
“메릴린 먼로 다리를 부러뜨리고 싶어요.” “고흐 그림만 봐도 화가 나요.”
지난해 추석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추석 선물 코너에 근무한 직원들 사이에선 메릴린 먼로와 빈센트 반 고흐가 공공의 적이 됐다. 경쟁사인 애경에서 내놓은 선물세트 때문이었다.
애경은 지난해 추석 때 거의 비슷비슷한 선물 포장과 디자인에 식상해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반 고흐 컬렉션’과 ‘메릴린 먼로 컬렉션(사진)’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선물 포장 및 제품 디자인에 고흐 작품이나 먼로의 사진 등을 활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비춰지는 선물세트였다. 때문에 타사 직원들로선 먼로와 고흐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실제로 애경은 지난 추석 때 전년 대비 15%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단일브랜드 세트의 경우 300% 매출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애경은 이번 설에도 두 컬렉션을 내놓았고 21일 현재 사전예약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228% 판매량이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20∼40대 남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받기 싫은 설 명절 선물로 전체 중 41%가 치약 샴푸 등의 생필품을 꼽았다. 다들 너무 똑같아 고급스럽지도 않고 선물다운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경처럼 기발한 감성과 스토리를 선물세트에 담아낼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스타벅스가 내놓은 설 선물세트의 경우도 청마(靑馬)의 해 콘셉트를 담았더니 2시간 만에 세트가 동이 났다. 스타벅스 측은 “푸른 바탕에 금빛 문양의 말 디자인이 청마의 해에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면서 “여기에 청마가 그려진 컵으로 물을 마시면 태교에 좋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인기를 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성 차(茶) 전문 업체인 티젠도 감성 스토리를 담은 신개념 디자인의 차 선물세트인 ‘마음티’를 내놨다. 이달우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힐링, 첫사랑, 유머, 행복, 웃음 등 5가지의 감성스토리를 차 포장 디자인에 구현한 것으로 선물을 주는 사람이 상대방에 바라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