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軍 대학살 증거 공개… 궁지몰린 아사드정권
입력 2014-01-22 02:32
3년째 내전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이틀 앞두고 현 정권의 몇 안 되는 지지자였던 이란이 회담에서 전격 제외됐고, 현 정권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감행했다는 증거도 공개됐다.
◇시리아 우군 이란, 회담 직전 배제=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 평화회담에 이란 정부를 초청하기로 했던 당초 방침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전날 이란과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을 추가로 회담에 포함시켰었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유엔 측에 2012년 6월 채택된 제네바 합의안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합의안엔 시리아에 과도정부를 수립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는 유엔의 회담 참가 제의를 받은 뒤 제네바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네시르키 대변인은 “이란이 국제사회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 같은 이란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초청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강한 반발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란의 성명이 나오자마자 유엔에 이란 초청 철회를 요구했고, 시리아 반군 연합체인 시리아국가연합(SNC)도 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이란과 함께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을 제외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며 “협상 테이블에는 친한 사람들이 아니라 해결 방안을 가진 사람들이 앉아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마르지 아프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초청) 철회는 당치도 않다”며 “이란은 반 총장이 진짜 이유를 설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대규모 민간인 학살’ 파문=같은 날 시리아 정부의 민간인 학살 파문이 일면서 알 아사드 정권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CNN과 가디언 등은 20일 데스몬드 데 실바 변호사가 이끄는 조사팀이 알 아사드 정권의 대규모 민간인 학살 정황을 증명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조사팀은 31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시리아 내전 동안 당국에 체포됐다가 숨진 시신 1만1000구의 사진 5만5000장 정도를 확보했다며 이 중 일부를 증거로 제시했다. 사진 속 시신은 주로 20∼40대 남성으로, 두 눈이 없거나 전기 고문을 당한 흔적도 보였다. 조사팀이 집중 조사한 시신 150구 중 62%는 비정상적으로 야윈 것으로 나타나 음식을 먹지 못해 굶어죽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사팀은 조만간 이 보고서를 유엔, 각국 정부, 인권단체들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번 평화회담에서 학살 파문 문제가 논의될 경우 알 아사드 정권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 정권을 ICC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간 의견이 엇갈려 번번이 좌절돼 왔다. 실바 변호사는 보고서를 공개하며 “법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