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 만큼은, 교회가 통일된 마음으로… ‘화해와 평화의 좁은 길’

입력 2014-01-22 01:38


홍정길 이만열 권호경 강경민 김영주 이문식 신명철 지음/홍성사

“그동안 남북나눔 일을 해오면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북녘 땅에서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이 내게는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이유다. 영양이 결핍된 채로 자라는 그 아이들이 ‘남북 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성장을 좀 멈추고 기다릴게요. 나중에 좋아지면 그때 가서 도와주세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 시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결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그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 채 내버려 두어야 하는 어떤 명분이나 이유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이 일이 설령 한강에 돌 몇 개 던져 넣는, 남는 흔적이 없는 일이라 해도 계속해야 할 일이다. 그걸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하고 나를 책망하시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82쪽)

공동저자 가운데 한 명인 신명철 사단법인 남북나눔 본부장이 ‘가슴 벅찬 내 인생의 황금기’ 파트에 쓴 내용이다. 1992년 12월 7일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발기인대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북나눔의 전 과정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남북나눔은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통일에 뜻있는 이들이 모여 ‘통일만큼은 교회가 통일된 마음으로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낡은 집에서 추위와 비바람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북한 농촌 주민, 영양 부족으로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채 육체·정신적 장애를 안고 있는 북한 아이들 등 실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직접 찾아가 도왔다. ‘현금 지원 불가’ ‘감당할 수 있는 일만 약속하고 지킨다’는 원칙을 세우고 섬겼다.

이 책은 신 본부장을 비롯해 남북나눔 회장 홍정길 목사, 목회자로는 처음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나 남북 교류의 물길을 튼 권호경 목사, 북한 교역자들을 만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의 싹을 틔운 이문식 목사 등 7인이 남북나눔 운동을 통한 20년 사역의 열매를 정리한 것이다. 단순히 대북지원 사업을 나열해 기록한 게 아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생명을 나눠온 발자취를 읽을 수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