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100년 정당

입력 2014-01-22 01:37

우리나라의 최장수 정당은 민주공화당이다. 1963년 5월부터 1980년 10월까지 17년 이상 존속했다. 두 번째는 1997년 1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유지된 한나라당이고, 자민련(1995년 3월∼2006년 4월)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당들이 명멸했다는 의미다. 87년 민주화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이 100여개라는 통계도 있다. 그중에는 1개월 만에 등록이 말소된 정당도 있고, ‘추풍회’ ‘원일민립당’ ‘정민회’ ‘제3세대당’ ‘친민당’ ‘무당파국민연합’ 등 생소한 이름의 정당들도 있다. 민주공화국으로 출범한 지 66년이지만,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은 1792년, 공화당은 1854년에 각각 창당돼 지금도 의회를 이끌고 있다. 영국에서 민의를 대변하고 있는 노동당과 보수당은 1900년과 1912년에 설립됐다. 참으로 부러운 기록이다.

우리에게도 ‘100년 정당’을 표방한 정당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다. 2003년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의 일부 세력이 우리당을 세우면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국회의원 47명의 소수 여당으로 출발했으나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무려 152석을 얻었다. 그러나 무능과 독선 오만으로 민심이 이반되면서 급기야 2007년 8월 간판을 내렸다. 4년도 안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 ‘100년 정당’을 언급했다. “(3월에 창당할) 신당은 선거용 정당이 아니다. 처음에 제대로 만들어야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소위 ‘안철수 신당’은 ‘100년 정당’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존 정당들의 행태에 실망해 제3의 정당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여론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사에서 선거 전 급조됐다가 선거 이후 소멸된 정당이 적지 않았다. 새 정치를 기대한 국민들을 감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신당의 구체적인 정책 등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새 정당은 한국정치의 병폐를 뿌리 뽑고 대변화를 이뤄낼 것이며, 기득권 정치세력이 외면한 통합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정도의 발언으로는 부족하다. 안 의원이 민주당을 겨냥해 ‘양보론’을 제기한 것과 ‘적(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새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진중해야 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