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지난 19일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사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고센터 번호로 걸었는데 받지 않더군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이런 일이 터졌는데 주말이라고 상담원 통화가 안 되면 어쩌라는 거야”라고 투덜댔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인 21일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미국 대형 유통체인 ‘타깃(target)’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체이스맨해튼은행(체이스은행)의 조치를 전한 내용이었는데요.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NBC뉴스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체이스은행은 타깃 사태로 체크카드 재발급 등 고객들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는 겁니다. 또 체이스은행은 정보유출 기간(지난해 11월 27일∼12월 15일)에 타깃에서 자사 체크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고객 200만여명의 하루 현금인출 한도를 100달러, 사용한도를 300달러로 제한했다고 합니다.
미국 2위 유통체인인 타깃은 지난해 말 매장의 카드 리더기가 해킹돼 최대 7000만명의 계좌정보, 전화번호, 주소 등이 유출됐습니다. 카드사들이 시스템 구축 외부업체 직원에게 고객정보를 열어준 우리나라 사건과는 다릅니다. 체이스은행은 아무 잘못이 없지만 고객들을 위해 이런 조치들을 내놓은 겁니다.
보고 나니 좀 씁쓸해졌습니다. KB국민·롯데·NH농협 카드는 어땠나요. 책임이 명백한 이 카드사들은 홈페이지 유출정보 확인이 시작된 후 첫 주말인 18∼19일 상담원 통화가 안 됐습니다. 주말이라 영업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항의가 쏟아진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인터넷, 팩스, 전화ARS를 통한 피해 접수는 가능했지만 직원과 직접 대화하는 것에 비할 수 없습니다.
체이스은행의 카드 사용한도 제한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카드사 상담원들과 전화통화를 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러나 현금서비스·카드론 신청 전화는 잘 되고 있습니다. 잘못도 없는 체이스은행은 손해를 감수하며 고객보호를 우선에 둔 반면 잘못을 저지른 우리 카드사들은 대출 장사가 먼저인 걸까요.
체이스은행의 기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전파됐습니다. 네티즌들이 비교될 만한 해외사례를 SNS에 쏟아놓으니 현재 우리나라 카드사들의 문제 해결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건으로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도 정보가 유출됐다는 걸 처음 알린 것도 네티즌들입니다. 금융당국 수장도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에 사건의 심각성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책임을 져야 할 금융당국과 기업들은 여론을 억지로 달래려는 생각은 접어야겠습니다. 진정성 없는 대책과 뻔히 보이는 변명으로 “괜찮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머쓱하게 만드는 네티즌들의 ‘촌철살인’이 금방 나오니까요.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대형 사고 내고 주말 쉬는 카드 3사…美 체이스은행 무휴 선언 비교되네
입력 2014-01-21 17:59 수정 2014-01-22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