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품업체 해외진출이 대세라는데… 자체 브랜드 없는 업체엔 ‘그림의 떡’

입력 2014-01-22 02:31


불황으로 국내 시장이 위축되자 국내 식품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류 열풍 등을 타고 해외 시장에서 우리 식품업체의 몫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식품업계 총매출 상위 16개 기업의 해외 매출은 5조7203억4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3180억2400만원)보다 7.57% 늘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지닌 해외 시장이 ‘그림의 떡’인 곳이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빌려 국내에 들여온 기업이다. 자체 브랜드가 있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식품업체들은 현지 식문화와 자사 브랜드를 매칭하는 전략을 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CJ푸드빌은 17개 브랜드 중 제빵 브랜드인 뚜레쥬르가 미국 중국 베트남 등 7개국에 총 126개 매장을 냈다고 21일 밝혔다. 한식 브랜드 비비고는 미국 중국 영국 등 6개국에서 15개 매장을 열었다. 커피 브랜드 투썸플레이스와 외식 브랜드 빕스도 중국에서 각각 11개, 1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제빵 시장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에서는 뚜레쥬르, 제빵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한식을 앞세운 비비고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곳이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마스터프랜차이즈(MF)나 보틀링 계약을 한 기업이 그들이다. MF란 본사에 로열티를 주고 브랜드 운영권을 일정 기간 빌리는 사업을 말한다. 음료 업체들이 주로 맺고 있는 보틀링은 본사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브랜드 관리는 본사가 한다.

SPC그룹이 대표적 경우다. 제과, 외식 등에서 21개 브랜드를 보유한 SPC는 파리바게뜨 브랜드로만 미국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4개국에 진출해 175개 매장을 열었다. 파리크라상이나 삼립, 샤니 등은 업종이 중복된다. 파스쿠치·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는 각각 이탈리아와 미국 브랜드로 MF 사업을 하고 있어 아예 해외로 나갈 수 없다.

음료업계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커피 시장점유율 1위(70%)인 동서식품에 ‘해외 시장’은 없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드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다. 맥심 브랜드는 크래프트 소유다.

롯데칠성은 자체 브랜드인 칠성사이다를 제외하고 펩시·델몬트·트로피카나 등을 보틀링 계약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코카콜라를 판매하는 LG생활건강, 썬키스트를 판매하는 해태음료, 포카리스웨트를 판매하는 동아오츠카도 마찬가지다.

반면 웅진식품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중국에 수출한 2000만 달러 가운데 80%를 ‘자연은 790일 알로에’로 올렸다. 알로에 특유의 식감과 한글 인쇄 포장으로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쌀 음료인 ‘아침햇살’로 재미를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위기의 순간에 그동안 공들여 키운 자체 브랜드가 빛을 발하는 격”이라며 “해외 유명 브랜드를 받아들이기보다 우리 브랜드를 육성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