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朴 '양보론' 신경전, 與 '安 맹공'…3파전 막올랐다

입력 2014-01-21 03:31 수정 2014-01-21 11:08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6월 지방선거 민주당 양보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야권의 단일화 샅바싸움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양보를 받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양보라면 백번이라도 한다”며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고, 민주당은 “양보할 것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도 안 의원에 대해 ‘자아도취’ ‘국회의 왕인지 착각’ 등의 격한 표현을 쓰며 맹공을 퍼부었다. 물고 물리는 본격적인 3파전의 막이 올랐다.

安, “이번엔 양보 불가”-민주, “양보 없다”=안 의원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등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서울시장과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 받을 차례”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더는 양보할 의사가 없으며, 정치 도의상 민주당이 이번엔 양보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박 시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제가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되고, 기존에 정치적인 어떤 시각과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이 양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는 했지만 안 의원에게 진 빚이 있어서 그럴 뿐 실제로 양보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 측 핵심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누가 시민을 위한 후보인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지 정치공학적, 사적으로 양보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재선 의지가 강한 박 시장은 최근 안 의원에 적극 구애를 펼쳐 왔지만 안 의원 측과 정면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이 ‘시민의 뜻’에 따라 양보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자신의 견고한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양자 구도일 경우 여권 후보에게 앞서고 있다.

민주당은 안 의원의 양보론에 대해 “말도 안 된다”“너무 나갔다”는 분위기다. 김한길 대표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보할 것은 없지만 더 좋은 후보를 내 새누리당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지원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이 서울시장을 하고 싶으면 박 시장한테 양보하라고 할 순 있다”며 “당 대 당으로 (양보든 단일화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것만 봐도 정치감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편한 서울 노원에서 배지를 달고, 야권이 이기는 호남에서 먹겠다고 하니 당선만 찾아다니는 구정치”라며 “친노계가 무섭다고 새누리당이라는 63빌딩 앞에 구멍가게를 차리면 되겠느냐. 빨리 (민주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누리당, 안철수 때리기 수위 높여=새누리당의 공세 수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안 의원이 지난 19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국회 정치개혁특위 재구성 등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입장과 대척점에 선 것이 공세를 촉발시켰다. 새누리당의 안 의원 때리기는 6·4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1명에 불과한 안 의원이 여야 합의로 운영 중인 정개특위를 ‘해체하라, 마라’ 할 지위에 있지 않다”며 “자신은 절대선인 양 기존 정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속셈을 감추는 것은 정치 신인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안 의원이 지방선거 전에 창당이 불투명해지자 이런 주장을 들고 나왔다”며 “안 의원이 제시하면 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으니 하루속히 자아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신기루 같은 지지도에 취해 자신이 국회의 왕인지 착각하고 있다”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분별한 비방만 일삼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닌 구태정치”라고 비꼬았다.

안 의원이 “서울시장과 대통령 선거에서 두 차례 민주당에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라고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이는 아름다운 양보가 아니라 철저한 계산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양보하라는 것은 노골적인 선거연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야권의 다수 후보들을 단수로 정리하자는 게 새 정치인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하윤해 엄기영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