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몰상식·몰역사적 발언에 경악"
입력 2014-01-20 20:27 수정 2014-01-21 03:31
정부는 20일 일본 정부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한 데 대해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맹비난했다. 외교부가 공식 논평에서 ‘규탄’ ‘경악’ 등의 표현을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지난 19일 중국 하얼빈역에 개관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놓고 한·일 양국이 정면충돌을 계속하는 양상이다.
외교부는 ‘역사의 양심에 눈감은 일본 관방장관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외교부는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무력을 동원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을 주도했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짓밟고 고통과 해악을 끼친 원흉”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방장관이라는 인사가 몰상식하고 몰역사적인 발언을 한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일본 집권세력이 아직도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퇴행적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아울러 “안 의사는 우리나라 독립과 동양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치신 위인이며 국제적으로도 존경받는 영웅”이라며 “일본 지도급 인사들은 하루속히 과거 제국주의 과오를 뉘우치고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를 마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발언이 전해진 뒤 수시간 동안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 수위를 고심했다. 정부는 일본의 역사 도발은 좌시할 수 없다는 기조 아래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가 장관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안 의사 기념관에 대해 “안중근은 일본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방적인 평가를 토대로 한국과 중국이 연대해 국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역 평화와 협력관계 구축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중 양국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일본의 항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국내 법률에 따라 관련 기념물(안 의사 기념관)을 설치한 것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이라며 “일본의 모든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일본이 진정으로 역사를 반성하고 참배 문제에서 잘못된 입장을 바로잡으며 행동으로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남혁상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