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혀 먹으면 안전한데… 치킨·닭갈비·오리탕은 억울하다

입력 2014-01-21 03:31

지난 19일 오후 10시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 챔피언십’ 대회 8강에서 한국과 시리아가 맞붙었다. 야간에 축구 중계하는 날이면 ‘치맥(치킨과 맥주)’ 배달 주문이 쇄도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그리 많지 않은 경기여서 시청률이 낮았던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소식에 치킨 기피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치킨 집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부터 소규모 가게까지 매출 감소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황모(41·여)씨는 20일 “축구경기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30% 이상 닭을 더 준비해야 할 만큼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19일엔 평소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토스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3·여)씨도 “평소 닭가슴살 토스트만 찾던 손님들이 다른 토스트를 시키고 있다”고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A사 측은 “AI 탓에 전라도를 비롯한 비수도권의 치킨 소비가 15% 이상 줄었다”며 “(AI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학습효과가 지역에 따라 달라 치킨 소비량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치킨업체 B사 홍보팀 관계자는 “20일 오전 기준으로 판매량을 분석해보니 치킨 소비량이 2주 전과 비교해 5%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강원도의 명물인 춘천닭갈비도 직격탄을 맞았다. 우중동(64) 춘천시닭갈비협회 사무국장은 “2004년과 2008년 춘천 일대 닭갈비 업소 매출을 반토막 냈던 AI파동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춘천닭갈비는 최근 동남아 관광객의 노로바이러스 감염 원인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매출에 큰 손실을 입었다. 우 사무국장은 “지난 15일 보건당국이 노로바이러스 감염과 닭갈비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매출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AI까지 확산돼 닭갈비 업체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닭고기과 오리고기 매출이 하락세다. 이마트는 전북 고창의 AI 발병 사실이 알려진 17일부터 19일 사이 닭고기와 오리고기 매출이 2주전보다 각각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일주일 전보다 18.7% 감소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AI 발생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호남지역에 발효된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AI 행동지침’에 따른 영업중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일부 생닭·오리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가금류의 도축·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암거래하듯 현금을 주고받으며 손님이 직접 고른 오리를 도축·판매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각 구청으로부터 생닭·오리 판매업소 점검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현장에 나가 다시 점검하도록 일선 구청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박요진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