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공화국… 초등생 학원숙제 도우미까지
입력 2014-01-21 01:34
서울 명문대에 재학 중인 김모(25·여)씨는 지난달부터 ‘숙제도우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기껏해야 초등학생 방학숙제를 돌봐주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아르바이트에 나선 김씨지만 하루에 고1 수학정석학원·과학올림피아드학원·수학경시대회학원·영어문법학원 등 4곳의 ‘학원 뺑뺑이’를 도는 초등학교 4학년생의 학원 숙제를 도와주느라 매일 파김치가 돼서야 집에 돌아온다. 김씨는 “학원 4군데에 학생이 개인적으로 받는 과외까지 더하니 매일 자정까지 해도 모자랄 정도로 숙제가 엄청나게 쏟아진다”면서 “하지만 저 나이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가르치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최근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등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학생의 학원 숙제를 도와주는 ‘숙제도우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학원이나 과외에서 내주는 숙제를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일부 학부모들이 일종의 ‘새끼 과외교사’ 격인 숙제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결정된다는 ‘초4 결정론’이 초등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방학 동안 중·고교 과정의 선행학습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숙제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숙제도우미의 등장은 성적과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한 단면”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태훈 정책위원은 “사교육을 위해 태어난 또 다른 사교육인 숙제도우미는 우리 사회의 오랜 사교육 의존 풍토가 빚어낸 극단적 면모”라며 “숙제라는 단기적 목표 달성에는 효율적일지 모르나 아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뺏는 것은 학부모들의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차 대입은 물론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학습”이라며 “숙제가 벅차다면 학원 개수를 줄이고, 자기주도성을 뺏기지 않도록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