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 생계 보조금으로 쌀 장사해 돈 챙긴 복지시설
입력 2014-01-21 02:33
서울 강남구 A복지시설. 고아나 미아, 부모로부터 학대 받고 버려진 50여명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다. 시설장을 맡고 있는 B씨는 아이들을 위한 주식·부식·피복비 등 생계보조금으로 매월 850여 만원을 구청에 신청해 수령했다. 회계처리상 기록을 위해 분기마다 이 돈으로 포(20㎏)당 약 4만5000원짜리 쌀을 샀다. 그러나 쌀을 복지시설로 가져와 아이들에게 먹이기는커녕 인척 관계인 복지시설 총무를 시켜 양곡도매시장에 포당 약 3만원에 할인 판매해 돈을 챙겼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이 구매한 쌀은 총 1억2956만2000원 규모다. 불우한 아동들을 돕기 위한 생계보조금으로 쌀장사를 해 돈을 챙긴 것이다. 아이들은 질이 좋지 않은 쌀을 먹었다.
B씨는 또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입소아동 생계보조금 중 피복비 414만7000원을 본인 옷을 사는 데 썼다. B씨의 아버지(복지시설 이사)와 어머니(전 복지시설장)도 시설에 함께 살면서 구청에서 받은 생계보조금을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A시설에 대한 감사 결과 2005년부터 강남구청으로부터 받은 생계보조금으로 쌀을 구매해 시세보다 싼 값에 되파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시는 시설장과 직원 1명을 형사고발하고 법인 임원 3명을 해임토록 조치했다. 아울러 부당이익금 약 1억300만원을 환수했다.
시 관계자는 “아동 생계보조금으로 쌀을 매입한 뒤 할인 판매한 데 대해 난방비로 쓰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도시가스 사용료도 지급받고 있어 신빙성이 없다”면서 “아동들의 피복비를 본인 의류 매입에 사용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고발 조치가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한 아동복지시설은 입소아동 생계보조금으로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오다 시 감사에 적발됐다. 또 마포구와 강동구의 아동복지시설도 식자재 납품업체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