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유출 파문] 카드 재발급·해지 고객들 몰려 영업점마다 업무 마비상태

입력 2014-01-21 02:33

20일 오후 KB국민은행 서울 명동영업점은 사실상 업무 마비상태였다. 주말 동안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한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해지하거나 재발급받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입출금 업무와 카드 발급 및 해지 업무를 담당하는 창구의 대기인원은 오후 1시8분 현재 73명이었다.

직원들은 ‘안내문’을 나눠주며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카드 뒷면의 3자리 숫자), 비밀번호 등 중요정보가 유출되지 않아 굳이 카드를 재발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비밀번호와 결제계좌 등도 변경할 필요 없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 말에 수긍하고 발길을 돌린 고객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직원의 안내에 “금융당국은 비밀번호도 변경하고 카드도 재발급하라고 권유하는데 은행에서는 왜 안전하다고만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카드 재발급 신청 폭주가 예상됐지만 특별 창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카드 재발급을 받으러 왔던 여성 두 명은 1시간30분이 넘어서야 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사무실로 뛰어갔다. 40분 넘도록 기다린 한 고객은 “도대체 언제 차례가 오느냐”며 직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은행 직원은 “카드 재발급에 고객 한 분당 5∼10분 정도 걸린다”고만 답변했다. 앞에 대기인원이 10명만 있어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고객 문의가 몰리면서 고객상담센터 전화가 먹통이 되고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확인 홈페이지엔 접속이 지연됐다. 롯데카드 홈페이지는 이날 수차례 접속 장애 현상을 보였다. 또 ‘1588’로 시작되는 카드 3사의 고객센터에 전화가 폭주하면서 KT의 전국번호 회선인 1588 번호 전체가 한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20일 오후 5시 기준(NH농협카드는 5시40분)으로 KB국민카드에서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한 인원수는 231만명, 농협카드는 128만5652명이었고, 롯데카드 개인정보 조회건수는 138만건이었다. 재발급 신청은 국민카드 8만7000건, 롯데카드 3만8700건, 농협카드 23만8213건에 달했다.

한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임회사에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결제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정보 유출 2차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사 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의혹이 제기됐던 카드사도 “지난해부터 구글 아이디 해킹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던 사건”이라며 “정보 유출과 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